한국교육개발원이 학생권리 신장을 위한 법령 개정방안을 내놓았다. 골격은 체벌 금지와 학생인권 보장이다. 현행 초ㆍ중등교육법이 원칙적으론 체벌을 금지하면서도 '교육상 불가피한 경우'란 예외조항을 두고 있는 데 반해, 교육개발원의 개정시안은 어떤 경우든 체벌을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돼있다. 이와 함께 표현과 사생활의 자유 등 학생의 포괄적 인권을 보장하는 문구를 담았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위탁한 연구의 결과이므로 이들 내용 대부분이 조만간 정책에 반영될 것으로 보아 무방할 것이다.
일단 체벌금지 원칙에 관한 한 반대할 명분은 별로 없다. 진보성향의 교육감들이 지난 달 취임하면서 제시한 정책방향 중에서 비교적 이론이 적었던 것도 이 부분이었다. '사랑의 매', 혹은 다른 교육적 수단이 통하지 않는 정말 불가피한 경우의 체벌 주장이 여전히 적지 않지만 교육적 체벌의 객관적 기준 설정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부분적 체벌허용은 결국 전면허용과 다를 것이 없다.
현재로서 체벌 전면금지조치의 효과가 실제 교육현장에서 어떻게 나타날지 예측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그러므로 지레 겁먹고 반대하기보다는 일단 시행하면서 나타나는 문제점들을 보완해나가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학생인권 보장도 같은 맥락으로 보면 된다. 언제까지나 관행과 가르치는 입장에서의 편의만을 고집할 수는 없다. 차제에 국제적 기준에 맞춰 학생들의 자유로운 자기표현 확대 등을 진취적으로 시험해볼 필요는 있다.
그러므로 당장 시급한 것은 이러한 환경 변화를 감당할 수 있게끔 일선 교육자들의 인식과 학교문화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일이다. 학생들에 대한 교육도 함께 이뤄져야 함은 물론이다. 체벌 금지와 자유 확대의 취지가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책임감과 건강한 자율성을 키우기 위한 것임을 충분히 가르쳐야 한다. 조치를 일탈과 방종의 허용으로 잘못 받아들일 경우 사회적, 개인적으로 더 큰 대가가 수반됨을 분명하게 인식시켜야 한다. 모처럼의 과감한 교육적 진전이 실험으로 끝나지 않도록 교육당국과 학교가 준비해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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