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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DJ 서거 1년을 돌아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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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DJ 서거 1년을 돌아보며

입력
2010.08.18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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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거한지 1년이 지났다. 천수를 누렸기에 아쉬워할 것까지야 없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요즘 한반도 정세와 남북관계를 보면 그렇지만도 않다. DJ의 부재가 짙은 아쉬움을 주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다소 뜬금없는 통일세 논의 제안에 북한이 ‘전면적 체제대결 선언’이라고 비난할 만큼 남북관계는 헝크러지고 있다. 어디서부터 매듭을 풀어야 할지 모를 지경이다. 안타깝게도 전반적인 정세는 DJ의 유지(遺志)와 정반대 길로 가고 있다.

남북 화해ㆍ협력 크게 후퇴

천안함 사태 이후 한반도 정세는 빠른 속도로 경색되었다. 잇따른 한미 군사훈련과 북한과 중국의 반발 속에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 수위가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특별한 상황 변화가 없다면, 9월이 긴장의 최고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해 한미 연합훈련에 미국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호 참가가 예고돼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강도 높은 대응 군사훈련이 예상된다. 북한도 단거리 지대함 미사일 스틱스나 실크웜 발사훈련을 서해상에서 실시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 같은 상황은 한ㆍ미ㆍ일과 북ㆍ중ㆍ소의 냉전시대 대결구도 속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남북관계도 강 대 강의 대결구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압박으로 북한이 굴복할 것이라는 인식 아래 대북 강경정책을 밀고 나가고 있다. 정부는 5ㆍ24 대북조치로 개성공단을 뺀 남북교역과 교류협력을 전면 중단했다. 대북 심리전 재개 가능성도 내비치고 있다. 아직까지 정부의 대북 제재 전선에 흐트러짐은 없는 것 같다.

북한도 밀리지 않겠다는 태세다. 남측의 심리전 재개와 한미 연합훈련에 ‘보복성전’ 경고로 맞서고 있다. 북방한계선(NLL) 남쪽까지 북한 해안포 포탄이 떨어졌다. 북한도 유화적 손짓을 보내지 않을 태세다.

한반도 차원, 남북관계 차원에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사회 내부에서도 긴장이 발생하고 있다. 바로 이명박 대통령의 통일세 논의 제안으로 우리 사회의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남북관계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제안의 배경이 뭔지, 시의 적절했는지, 국민 공감대 형성이 가능한지, 구체적인 재원은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등에 모아지고 있다. 논란이 커지자 청와대는 ‘통일에 대비해 마음의 준비를 하자는 의미’이며 ‘당장 걷자는 것이 아닌 만큼 논의과정을 지켜보겠다’고 한발 비켜선 모습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이고, 또 남북관계가 최악인 가운데 통일세는 국민에게 감동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오히려 다수 여론에 피로감으로 다가올지도 모른다. 통일세나 통일대비 논의가 국민적 공감대를 얻고, 보다 생산적이고 실효적인 것이 되기 위해서는 선행되어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남북간의 교류와 협력을 당장 어떻게 발전시켜나갈 것인가다. 통일세보다 통일비용을 줄일 방안을 우선 찾아야 한다.

한반도 먹구름 걷힐 날 기대

DJ가 생존해 있다면 한반도 문제, 남북관계, 우리 내부 문제에 어떤 대안을 제시할까? 작년 이맘때, 서거 국면에서 DJ는 귀중한 마지막 선물을 우리에게 남겼다. 바로 DJ를 애도하기 위해 온 북쪽 특사조의단의 이명박 대통령 면담이었다. 그것은 작년 10월 임태희 당시 노동부장관과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의 3차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싱가포르 협의로 이어졌다. 정상회담으로 변화를 모색하던 남북관계는 현재 껍데기만 남았다. 서거 1년이 지나가는 가운데, 남북화해와 협력에 대한 DJ의 여망은 시들고 있다.

한반도에 짙게 드리운 먹장구름은 언제 걷힐 것인가? 빠르게 시들고 있는 남북관계에 한줄기 소나기는 언제 올 것인가? 늦여름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오늘, DJ가 그립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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