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 채널 M.net에서 방송 중인 ‘슈퍼스타K 2’의 심사를 유세윤이 하면 어떨까. 개그맨이자 그룹 UV의 멤버인 그는 ‘슈퍼스타K’가 2억원을 걸고 찾는 좋은 뮤지션의 조건을 모두 가졌다. 음악적 영감을 위해 흉가에서 노래를 녹음하고, “불특정 다수의 대중과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기사 식당에서 공연을 한다. 물론 그의 행동은 UV가 주인공인 M.net의 가짜 다큐멘터리 ‘UV 신드롬’을 위한 해프닝이다. 유세윤은 UV를 통해 사람들이 생각하는 진지한 뮤지션의 모습을 패러디 한다.
‘슈퍼스타K’ 역시 뮤지션의 이미지로 즐거운 장난을 친다. 이 쇼에는 수십만명이 참가하지만, 1차 심사를 통과할만한 사람은 100명을 조금 넘을 정도다. 나머지는 거의 놀림의 대상이다. 굿은 잘해도 노래 실력은 끔찍한 무당, 수영복만 입고 온 40대 중반의 아저씨 등 대체 왜 오디션에 응했는지 알 수 없는 참가자들이 수두룩하다. 이승철 등 심사위원들은 자신의 기준에 맞지 않는 출연자들에게 “노래방에서 여자들 꼬실 때 많이 불러본 솜씨”라거나 “진짜 노래 못했는데 좋아하네?”같은 독설을 가차없이 날린다. 여기에 동성애자, 에로배우, 고교 자퇴생 등 기구한 사연을 가진 출연자들이 간간이 감동을 끼얹는다. 이런 사연도 없다면 합격자라도 그들의 노래가 방송을 타길 기대하기 어렵다.
‘슈퍼스타K’의 목적은 좋은 가수를 뽑는 것이지만, 실제 재미는 음악 외적인 것에 있다. 황당한 출연자들이 기괴한 쇼를 하고, 이른바 ‘진짜 뮤지션’들이 인정사정 없는 독설을 날린다. 그러니 유세윤이 심사위원으로 제격이다. 그야말로 온갖 해프닝으로 자신의 음악을 화제에 올렸고, 진지한 뮤지션의 말투로 신랄한 심사평을 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슈퍼스타K’의 본질이 호도됐다고 말하려는 게 아니다. 재미있는 출연자들을 보다 부각시킨 ‘슈퍼스타K 2’는 지난 시즌보다 더 재미있다. 다만 궁금한 건 대중의 취향이다. 그들은 과연 노래 잘 부르는 사람을 찾으려고 이 프로그램을 보는 걸까, 아니면 코미디와 독설, 그리고 감동 사이에 음악을 끼어 듣는 것일까. 가요계에서도 늘 음악성 뛰어난 뮤지션은 숭배의 대상이지만, 정작 그들이 화제의 중심이 된 적은 거의 없다. 뜨려면 진지한 음악보다는 폭탄 발언 몇 번 하는 게 더 나아 보인다. 지금 대중이 원하는 건 진짜 뮤지션이 아니라 뮤지션의 이미지고, 음악 자체가 아니라 음악에 담긴 사연이나 재미인지도 모르겠다.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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