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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과학 아는 엄마 기자] 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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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과학 아는 엄마 기자] 레고

입력
2010.08.18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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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눈을 뜨면 회사 가지 말라고 칭얼대던 아이가 한동안 엄마의 출근에 너그러워졌다. 얼마 전 새로 산 블록장난감 덕분이다. 요즘 한창 인기 많은 캐릭터인 뽀로로와, 건전지를 넣으면 노랫소리가 나며 저절로 움직이는 작은 버스까지 들어 있다.

블록으로 뽀로로가 살 집과 뽀로로가 갈 식당, 뽀로로가 탈 비행기를 만드느라 아이는 엄마가 현관문을 나서는데도 쳐다볼 생각을 않는다. 출근 전 울먹이는 아이를 떼어놓을 때마다 짠했는데 블록장난감 덕분에 마음이 한결 나아졌다.

흔히 레고라고 불리는 블록은 크기와 모양 색깔이 서로 다른 플라스틱 조각들을 끼우거나 쌓아 올려 집이나 자동차 등 다양한 형태를 만들 수 있는 조립식 장난감이다. 레고는 여러 가지 블록장난감 브랜드 이름 가운데 하나다.

레고를 비롯한 블록장난감이 드물었던 우리 부모 세대의 어린 시절엔 대신 빨랫비누가 비슷한 놀잇감이었단다. 칼 같은 뾰족한 도구로 네모난 빨래비누를 이리저리 돌려가며 깎아내고 다듬으면 집도 되고 자동차도 됐다. 손재주가 좋은 아이들은 빨래비누를 아주 정교하게 깎아 진짜 같은 동물 모양까지 만들어냈다.

빨래비누 조각은 우리나라 산업발전을 주도한 반도체 공정과 비슷한 점이 있다. 반도체 역시 실리콘 결정을 깎아내고 다듬어서 만드니 말이다. 정교하게 깎을수록 점점 더 성능 좋은 반도체가 된다. 하지만 아무리 재주가 좋아도 깎아내기만 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예를 들어 전자제품 메모리 용량이 일정 수준을 넘지 못하고 정체된 이유도 바로 이 같은 한계 때문이다.

요즘 과학자들은 반도체를 레고처럼 만드는 기술을 연구한다. 발상의 전환이다. 나노미터(10억분의 1m), 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 크기의 미세한 입자를 이리저리 끼워 맞추거나 조립하면 반도체와 같은 특성을 나타내는 물질이 만들어진다. 이런 작은 물질들을 차곡차곡 정밀하게 쌓아 만든 반도체는 빨래비누 방식으로 제작하는 반도체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각광받고 있다. 입자를 조립하는 방식에 따라 반도체뿐 아니라 다른 여러 가지 특성을 갖춘 새로운 물질이 생기기도 한다. 그만큼 응용 분야도 더 넓어졌다.

빨래비누 조각이나 반도체 공정이 톱다운(Top-downㆍ하향식)방식이라면 레고나 나노입자 조립은 바텀업(Bottom-upㆍ상향식) 방식이다. 사회적으로 의사소통이나 의사결정 과정에서도 바텀업 방식이 점점 주목 받는 추세다. 톱 다운에서 바텀 업으로 방향을 바꿨다는 점에서 아이들 장난감과 반도체 제작기술의 변화, 닮은꼴이다.

임소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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