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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PD수첩' 불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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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PD수첩' 불방

입력
2010.08.18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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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TV에 처음 'PD저널리즘'의 문을 연 것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KBS의 이다. 보도 프로그램에는 상대적으로 큰 비중을 두지 않았던'드라마 왕국'MBC가 을 처음 방송한 것은 7년이나 늦은 1990년 5월이었다. 노조가 막 출범했고, 노조의 주축을 이룬 젊은 PD들의 방송 독립성에 대한 요구가 어느 때보다 높았던 시기였다. 의 신설과 프로그램의 성격을 두고 기자와 PD 사이에 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기자들은 PD들의 선정주의, 사실과 주장의 혼동을 우려했고, PD들은 기자들의 타성과 보신주의를 비판했다.

■ 은 시사ㆍ교양 프로그램을 표방했지만 마음은 사회 고발과 비판에 가 있었다. 기자들과 달리 출입처가 없는 PD들은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으로 사회 곳곳을 뒤지며 비리와 부조리를 폭로해 기자들을 부끄럽게 만들었다. 어눌해서 오히려 진실해 보이는 PD들의 진행 솜씨, 현장의 생생한 증언과 자극적인 화면, 눈치 보지 않는 금기 깨기로 시청자들의 관심과 호응을 얻었다. 의 성공은 기자들에게 자극을 주어 방송에 탐사보도, 심층기획 보도 프로그램 시대를 본격적으로 열게 했고, PD들의 '딴따라' 이미지까지 바꿨다.

■ 그렇다고 이 순탄한 길만 걸어온 것은 아니다. 시작한 지 불과 4개월 만인 1990년 9월 처음으로 방영 중단되는 사태를 맞았다. 사장이 우루과이라운드 타결을 앞두고 농촌현실을 고발한 의 방송 연기를 지시했고, 노조는 이에 반발해 51일간 파업을 벌였다. 1999년에는 만민교회 신자들의 주조정실 난입으로 7분 만에 방송이 중단됐다. 2005년엔 황우석 논문조작 의혹을 폭로했다가 무기한 방송을 중단한 뒤 사실로 밝혀지면서 한 달 만에 화려하게 부활했다. 그리고 2008년 광우병 관련 방송조작 논란.

■ 의 존재가치를 폄하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이 프로가 TV저널리즘의 '전형'은 아니다. 편향적 시각, 함정과 강압 취재에 의한 인권침해, 사실 검증 부족, 자극적 화면조작은 여전히 논란을 빚고 있다. 그로 인해 파행을 겪을 때마다 은 외압을 제기하며 언론의 자유, 방송의 독립성을 외친다. 그 자유와 독립성이 정확한 사실 확인, 반론, 전례가 없다며 내부 게이트키핑까지 거부하는'내 멋대로'이면 안 된다. '진실' 보도라면 검증과 절차를 당당하게 거친 뒤에 을 내보내도 늦지 않을 것이다.

이대현 논설위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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