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 막말 파문으로 궁지에 몰린 조현오 경찰청장 후보자가 차츰 자신감을 회복하고 있다. 파문을 물밑에서 진화하느라 한동안 두문불출했던 그는 한국일보가 최초 공개한 문제의 강연 전문을 직원들에게 이메일로 보내는 등 정면돌파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조 후보자는 18일 오전 7시15분께 양복 네 벌과 넥타이 30여장을 챙겨 들고 서울 종로구 내자동 서울지방경찰청사에 출근했다. 그는 언론을 피해 지하주차장을 이용하는 게 어떻겠느냐는 참모진의 제안에도 불구하고 “피할 이유가 없다”며 현관을 거쳐 9층 집무실로 향했다. 이후 청사 15층 강당에서 특진식에 참석하고 점심식사는 구내식당에서 하는 등 청사 안에서 일정을 소화하면서 수시로 청문회 준비팀과 회의를 가졌다.
막말 파문이 확산됐던 16일 새벽에 출근해 퇴근도 하지 않고 다음날까지 청사에 머물며 여론동향을 살피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간 가장 공을 들인 건 그가 동물에 빗댄 천안함 희생자 유족 달래기였다. 그는 여러 유족 대표에게 직접 이틀에 걸쳐 전화를 걸어 해명 및 사과를 했다. 그는 “강연 전문 공개가 전체 맥락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돼 오히려 분위기 반전에 도움이 됐다”고 했다. “스스로도 강연 내용을 꼼꼼히 읽었다”고 덧붙였다.
덕분인지 유족들의 태도도 많이 누그러진 상태다. 유족들은 18일 “28가족 중 21가족이 투표를 해 조 후보자의 공개사과에 진실성이 있으면 법적 대응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정했다. 단 “20일 오후 조 후보자를 만난 자리가 형식적으로 사진이나 찍고 끝난다면 사과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단서를 달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 차명계좌 관련 발언에 대해선 “주간지에서 본 내용을 전했다”는 당초 해명을 입증할 자료를 모으고 있다. 23일 예정된 청문회엔 ‘사과는 진심으로, 해명은 명쾌하게 한다’는 각오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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