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이 ‘전선 도난’을 방지하기 위해 구리 전선을 알루미늄 전선으로 교체하기로 했다. 한전은 9월부터 농어촌 지역의 전선 도난을 막기 위해 기존 구리 전선에 비해 생산 원가가 70% 정도 싼 알루미늄 전선을 사용한다고 18일 밝혔다. 한전 관계자는 “경남 밀양, 전남 고흥 등 5개 지역에서 시범적으로 알루미늄 전선을 설치했다”며 “기존 구리 전선을 쓸 때와 비교해 굵기가 좀 더 두꺼워 질 뿐 전기를 보내고 받는 데는 차이가 없어 농어촌 지역을 중심으로 확대 설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한전은 그 동안 갖가지 전술을 통해 전선 도둑과 전쟁을 벌였다. 경제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생계형 범죄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해 마다 전선을 훔치는 사건이 2,000건 이상 일어나고 피해 액도 25억원 이상 발생했다. 특히 구리 전선은 비싸기 때문에 인적이 드문 농어촌 지역이 주요 공격 대상이었다. 저압 전류가 흐르기 때문에 절도범들이 전선을 훔치는데도 부담이 덜했다는 게 한전 측 설명.
한전은 더 이상 팔짱만 끼고 있을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본격적으로 전선 지키기에 나섰다. 특히 지난해부터 전선 절도범을 신고할 경우 100만~5,000만원의 포상금을 지급하는 한편 첨단 정보통신(IT) 기술을 활용한 ‘정전감시시스템’을 도입했다. 이는 전선을 잘랐을 경우 전기를 공급 받아야 할 가정이나 사업장의 감지기가 이상을 발견하고 즉시 이 사실이 해당 지역 경찰서와 한전 사무소로 알려질 수 있도록 했던 것. 덕분에 올 상반기에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도둑 맞은 전선 길이가 40% 이상 줄어들었다.
하지만 전선 도난을 완전히 뿌리 뽑을 수 없었다. 그래서 나온 아이디어가 값싼 전선을 설치하는 것. 구리 전선에 비해 생산 비용이 훨씬 덜 드는 알루미늄 전선을 쓰도록 하겠다는 것. 한전 기술팀은 고전압용 전선 재료로만 쓰이던 알루미늄으로 저전압용 전선을 만드는 작업을 진행했고 올 초 개발을 끝마쳤다.
구리 전선은 m당 1,959원이지만 알루미늄 전선은 578원. 게다가 알루미늄 전선은 내다팔 경우 현재 시세 기준으로 kg당 500원 정도로 kg당 8,400원 하는 구리에 비하면 6% 수준이다.
한전 관계자는 “일단 새로 설치하는 전선을 알루미늄 전선으로 쓴 다음 노후 전선도 알루미늄 전선으로 바꿀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전은 도시 지역도 알루미늄 전선으로 대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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