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1년 간 연수를 마치고 지난 13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하던 서울행정법원 A(39) 판사는 황당한 일을 당했다. 경찰에 의해 입국장에서 절도 혐의로 긴급 체포된 것. A 판사는 “현직 판사인데 지명수배는 뭐고 절도는 또 뭐냐. 법원에 확인해봐라”고 항변했다. 경찰은 결국 신원 확인을 거친 뒤 A판사를 풀어줬다.
소동의 발단은 경찰의 오인에서 비롯됐다. 서울 종암경찰서는 지난해 6월 성북구 보문동의 한 사무실에서 100여만원 상당의 가짜 명품 가방 5개와 통장, 체크카드 등을 훔친 유력한 용의자로 A판사(물론 경찰은 그가 판사인지는 몰랐음)를 지목했다. 피해자와 참고인의 진술을 토대로 수사한 결과 이름과 나이, 출생지, 자녀 수, 잦은 중국 출입 사실 등이 용의자와 일치했기 때문이다. A판사의 운전면허증 사진을 본 피해자가 “범인이 맞다. 확실하다”고 진술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하지만 경찰은 A판사의 직업 등 개인 정보를 확인하지 않은 잘못을 저질렀다. 주거지를 찾아갔는데 아무도 없었고, 동사무소에 확인할 결과 주소가 직권으로 말소돼 있어 도주했다고 판단한 경찰은 6월 10일 A판사를 지명수배했다.
헛다리를 짚은 경찰은 “우리가 실수했다. 착오로 엉뚱한 사람을 지명수배했다”며 “동명이인의 용의자를 대상으로 처음부터 다시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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