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살리기 사업과 관련한 의혹을 보도할 예정이었던 MBC 'PD수첩'이 17일 방송을 2시간가량 앞두고 돌연 편성이 취소됐다.
'PD수첩'은 소규모 자연형 보 4개를 설치하려던 4대강 사업이 운하를 닮은 대형 보 16개를 건설하는 사업으로 변경되는 과정에서 청와대 행정관 등이 개입된 비밀조직이 가동됐다는 내용의 '4대강 사업 수심 6m의 비밀' 편을 이날 오후 11시 15분 방송할 예정이었다.
'PD수첩' 김태현 CP는 "오후 8시 50분께 '이사회의 결정'이라며 방송 보류 사실을 구두로 통보받았다"며 "특정 정치인에 관한 내용도 아니고 정책을 다룬 내용인데 방송을 할 수 없다고 해 황당하다"고 말했다. 연출을 맡은 최승호 PD는 이날 오후 10시께 "대응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며 "오늘 당장은 힘들더라도, 언제가 됐든 당연히 방송은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MBC는 노조를 중심으로 격앙된 분위기에 휩싸였다. MBC노조 민주방송실천위원회 안준식 간사는 "18일 긴급 공정방송협의회 개최를 회사에 요구하는 한편, 긴급 노조 대의원회의를 소집할 것"이라며 "노조는 사장의 사전검열 때문에 방송취소가 결정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MBC노조는 18일부터 사장실 앞 피케팅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앞서 이날 오전 국토해양부는 이 프로그램이 명백한 허위사실을 담고 있다며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냈으나 곧바로 기각됐다.
유상호기자 shy@hk.co.kr
김경준기자 ultrakj7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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