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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 특구' 명동은 메이크업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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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 특구' 명동은 메이크업 중

입력
2010.08.17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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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9일 중국ㆍ일본인 등 외국인 관광객이 몰리는 서울 명동 중앙로에서 여러 대의 살수차를 동원한 물청소가 진행된다. 주체는 서울시가 아닌 한 화장품 업체. 이날 중앙로에 화장품 브랜드숍 '더 샘' 1호점을 여는 한국화장품은 명동에 새롭고 깨끗한 바람을 일으킨다는 각오로 이 같은 이벤트를 준비했다.

#2. 네이처리퍼블릭 명동월드점을 찾은 50대 중국 남성 2명이 매장을 잠시 둘러 보더니 각각 120만원 상당의 물건을 계산대 앞으로 가져 온다. 직원 20여명 중 80%가 중국어를 구사하는 이 매장은 이 같은 중국 소비자가 늘면서 최근 아예 호텔로 제품을 배달해 주는 서비스를 도입했다.

패션 중심지 명동이 화장품 거리로 무한 변신 중이다. 미샤, 더페이스샵 등 2000년대 초반 등장한 1세대 브랜드숍(자사의 특정 브랜드 제품만 모아 제조사가 직접 운영하는 유통채널)과 2세대인 토니모리 등에 이어 3세대 더 샘, 홀리카홀리카 등까지 여러 브랜드숍들이 명동에 주목, 변화에 방점을 찍고 있다. 특히 엔프라니, 한국화장품 등 화려한 부활을 꿈꾸는 중견 화장품 업체들까지 브랜드숍 시장에 뛰어 들어 공격적 마케팅을 펼치면서 화장품 거리 명동은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튀는 콘셉트로 이름을 알려라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 명동의 화장품 브랜드숍은 60여곳. 더페이스샵, 미샤, 에뛰드하우스, 스킨푸드 등은 명동 한 지역에서만 3~5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자연히 몇 년 전부터 레드오션이라는 지적이 있어 왔지만 신규 업체의 브랜드숍 시장 진출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따라서 기존 브랜드와 비교해 좀 더 확실한 콘셉트로 무장한 게 새 브랜드의 특징이다. 최근 명동의 풍경을 바꾸는 데 가장 일조하고 있는 셈.

19일 중앙로에 1호점을 여는 더 샘은 매장 오픈 전부터 이 같은 브랜드의 콘셉트를 알리는 작업에 공을 들였다. 더 샘은 지난달 압구정동 로데오 거리에 목업(mock-up) 매장을 열었다. 실물크기의 모형을 만드는 것을 뜻하는 목업이라는 용어처럼 매장의 특징을 고객에게 미리 보여주기 위해 연 임시 매장이다. 판매는 하지 않고 명동 1호점을 연 직후인 20일까지만 운영할 예정이다.

3월에 문을 연 홀리카홀리카의 경우 다른 브랜드와는 완전히 차별화된 콘셉트를 앞세워 짧은 시일 내에 자리를 잡은 케이스. '아름다워지는 주문', '뷰티 매지션'이라는 콘셉트로 매장 내부를 마법의 집을 연상시키도록 꾸몄다.

1세대 업체는 메이크업 수정 중?

이 같은 신규업체의 공격적 행보에 기존 브랜드의 발걸음도 바빠졌다.

명동에서만 5개의 매장을 운영 중인 더페이스샵은 이달 들어 1,2호점을 새로 단장했다. 기존의 '자연주의' 이미지에 여성스러움을 더해 인테리어를 바꿨고, 한류스타이자 자사 광고 모델인 배용준, 전지현의 실물 크기의 이미지 제작물을 설치해 외국인 고객을 위한 포토존을 마련했다. 또 제품명과 가격, 제품의 특성 등을 표기한 부착형 인쇄물의 크기도 기존에 비해 크게 키우고 영어ㆍ중국어ㆍ일어를 병기했다.

올해로 출시 10주년을 맞아 고급스런 콘셉트를 추구하는 미샤는 명동 매장을 세련된 이미지로 바꾼다는 계획이다. 눈스퀘어 맞은 편에 위치한 미샤 1호점은 조만간 붉은색과 흰색의 조화에서 붉은색과 검은색 조합으로 인테리어를 달리하게 된다.

서비스 경쟁도 천태만상

손이 큰 외국인 고객이 늘면서 이들을 공략하기 위한 각 업체의 서비스 경쟁도 점입가경이다. 17일 찾은 유네스코 회관 앞 명동길. 길 양편으로 10여곳이 몰려 있는 브랜드숍의 각 직원들은 짧은 치마를 입고 비타민팩을 흔들고 생수와 아이스크림까지 무료로 나눠주느라 정신이 없다.

각 매장마다 일본ㆍ중국어 구사 직원의 배치는 기본. 최근에는 엔고에도 불구, 일본 관광객은 상대적으로 줄어든 반면 중국인 관광객이 대거 몰리면서 상대적으로 중국어 구사직원을 대폭 늘리는 추세다. 또 한꺼번에 30~40만원 어치를 대량 구매하는 중국인의 쇼핑취향에 맞춰 브랜드숍마다 숙소까지 배달해 주고 있다. 더페이스샵의 경우는 100만원 가량 살 경우 국제특송(EMS)을 이용해 본국까지 물건을 부쳐주기도 한다.

한 브랜드숍 직원은 "물건을 파는 것뿐 아니라 사후 서비스도 중요하다"며 "택배서비스는 물론 용기에 적힌 화장품 사용법 등 상세 정보를 번역, 전자우편으로 보내주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브랜드숍은 성장 한계에 도달했다는 지적도 있지만 일본, 중국, 동남아 등지에서 '화장품 한류'가 거세지고 있어 내수의 한계를 넘은 해외 진출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따라서 해외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둔 대다수 업체들은 그 시험 무대로 명동을 주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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