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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여는 아침 / 18일(수)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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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여는 아침 / 18일(수) 자

입력
2010.08.17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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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곶 해안

박정대

고독이 이렇게 부드럽고 견고할 수 있다니

이곳은 마치 바다의 문지방 같다

주름진 치마를 펄럭이며 떠나간 여자를

기다리던 내 고독의 문턱

아무리 걸어도 닿을 수 없었던 生의 밑바닥

그곳에서 橫行하던 밀물과 썰물의 시간들

내가 안으로, 안으로만 삼키던 울음을

끝내 갈매기들이 얻어가곤 했지

모든 걸 떠나보낸 마음이 이렇게 부드럽고 견고할 수 있다니

이렇게 넓은 황량함이 내 고독의 터전이었다니

이곳은 마치 한 생애를 다해 걸어가야 할

광대한 고독 같다, 누군가 바람 속에서

촛불을 들고 걸어가던 막막한 생애 같다

그대여, 사는 일이 자갈돌 같아서 자글거릴 땐

백령도 사곶 해안에 가볼 일이다

그곳엔 그대 무거운 한 생애도 절대 빠져들지 않는

견고한 고독의 해안이 펼쳐져 있나니

아름다운 것들은 차라리 견고한 것

사랑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뒤에도

그 뒤에 남는 건 오히려 부드럽고도 견고한 生

백령도, 백년 동안의 고독도

규조토 해안 이곳에선

흰 날개를 달고 초저녁별들 속으로 이륙하리니

이곳에서 그대는 그대 마음의 문지방을 넘어서는

또 다른 生의 긴 활주로 하나 갖게 되리라

언젠가 지중해 근처에서 머물던 시절, 하도 심심해서 오후 내내 바닷가에서 바위로 밀려왔다가 밀려나는 파도와, 그 파도의 하얀 포말을 바라본 적이 있었습니다. 파도는 내가 알지 못하는 곳에서 해안까지 찾아왔다가는 겨우 내 발치만 적시고 다시 내가 알지 못하는 곳으로 물러나더군요. 영원이란 무엇일까요? 하루도 빠짐없이 파도가 친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요? 그 얼마 뒤에는 바다 옆 높은 바위 봉우리에 올라갔습니다. 거기서는 길게 휘어진 해안선과 칼날처럼 하얗게 빛나는 파도의 띠가 한 눈에 들어오더군요. 그 소리가 얼마나 요란하던지. 바다가 생긴 뒤로 한 번도 끊어진 적이 없는 그 소리! 고독이라는 말로도 다 할 수 없는 순간이 있더군요.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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