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지난해 말 기준 20조원에 이르는 시 및 산하기관 부채를 2014년까지 12조원대로 35% 줄이는 재정건전화 방안을 내놓았다. 오세훈 시장의 첫 임기인 민선 4기 4년 동안 7조원 이상 늘어난 빚을 구조조정하겠다는 것이다. 민선 5기 서울시의회를 장악한 민주당이 얼마 전 시 재정의 방만운영을 문제 삼을 때만 해도 이런저런 변명으로 일관하던 서울시가 태도를 바꾼 것을 나무라고 싶지는 않다. 사안의 심각성을 깨닫고도 마냥 뭉개는 것보다 백 번 낫다. 그렇다고 해도 수도 서울의 곳간이 이 지경에 이른 이유와 배경은 꼭 따지고 가야 한다.
시는 이번 방안에서 '한강 르네상스''디자인 서울'등의 개발잔치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대규모 사업은 계획단계부터 재원조달 방안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시급성이 떨어지는 한강지천 뱃길 사업의 경우 안양천 구간과 중량천 구간은 보류 혹은 축소되며 마곡지구의 워터프론드(수변공간) 구역도 대폭 줄어든다. 또 예산 낭비의 대표적 사례인 보도정비 사업을 중단하고 강변북로 지하화와 월드컵대교 등 1조원 이상 투입되는 대형 SOC의 사업비와 완공시기도 조정키로 했다.
이런 내용은 역설적으로 오 시장이 한나라당 독주체제의 시 의회를 등에 업고 전시성 사업에 주력해왔다는 반증이다. 6ㆍ2 지방선거 결과는 그 심판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4년간 빚이 7조원이나 늘어 13조대에 이른 SH공사의 구조조정은 또 다른 갈등을 예고한다. 급한 대로 뉴타운의 장기임대주택인 '시프트' 대형 평형의 절반을 분양으로 전환해 현금 흐름을 개선할 필요는 인정되지만 돌연한 정책 변경이 초래할 혼선은 결코 적지 않다.
아울러 5시간 만에 철회한 지하철 요금 인상안 해프닝에서 보듯 이번 방안이 치밀한 고려 없이 급조된 느낌도 지울 수 없다. 야당이 처방의 현실성에 의문을 표시하며 한강예술섬 사업 등 특징 없는 전시성 사업을 그대로 둔 이유를 따질 만하다. 야당 의회가 여당 일방독주의 시정으로 인한 적폐를 잘 살펴 진정한 시민행정의 이정표를 내놓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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