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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11룡, 8룡의 군웅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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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11룡, 8룡의 군웅시대

입력
2010.08.17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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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

6∙2 지방선거 직전, 여권 인사가 꺼낸 말이다. 박근혜 전 대표가 독주해온 여당의 차기 대선후보 경쟁구도를 비유한 것이다. 당시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은 30%를 넘었다. 나머지 대선주자 7명의 지지율을 모두 합해도 30%에 이르지 못했으니 이 같은 표현은 그럴듯하게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요즘은 확 달라졌다. 지방선거와 7∙28 재보선, 개각 등을 거치면서 여권의 대선 레이스 구도가 바뀌고 있다. 우선 김태호 전 경남지사가 총리 후보자로 지명 받아 중앙정치무대에 화려하게 데뷔했다. '여권의 2인자'로 불리는 이재오 특임장관 후보자도 돌아왔다.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문수 경기지사의 몸집도 커졌다. 당정청 개편을 통해 임태희 대통령실장, 한나라당의 나경원 최고위원∙ 원희룡 사무총장도 등도 중책을 맡게 됐다.

여권에는 이른바 11룡(龍)의 잠재적 대선주자가 등장하게 됐다. 박근혜 정몽준 김문수 오세훈 김태호 이재오 임태희 홍준표 나경원 원희룡 정운찬 등이다.

민주당에도 10∙3 전당대회를 앞두고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손학규 상임고문이 춘천의 칩거 생활을 마무리하고 여의도정치 복귀를 선언했다. 정세균 전 대표와 정동영 상임고문도 당권 경쟁을 위해 다시 뛰기 시작했다.

야당 본류의 잠재적 대선주자로는 8룡이 거론되고 있다. 정세균 정동영 손학규 송영길 안희정 김두관 유시민 한명숙 등이다. 막판에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레이스에 참여할지 모른다는 분석도 있다.

물론 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일부 인사들도 고지를 넘보고 있다. 여야의 잠재적 주자들을 모두 합치면 20룡이 넘는 셈이다.

여야의 주자들 대부분이 링에 오르고 있다. 바야흐로 군웅할거 시대가 도래한 셈이다. 많은 영웅들 중에서 누가 2년쯤 뒤에 여야의 대선후보가 될지 알 수 없다. 또 2년 4개월 뒤에 누가 대통령으로 당선될지 예단하기 어렵다. 판세는 오리무중(五里霧中)이다.

대선에 관한 질문도 달라졌다. 지방선거 전에는 "미래 권력은 박근혜 전 대표냐"는 물음이 많았다. 그러나 요즘엔 "누가 대통령후보가 될 것 같으냐"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

잠룡들이 꿈틀대기 시작하자 "벌써부터 대권 타령이냐"는 비판도 나온다. 맞는 지적이다. 하지만 지금쯤 대선주자들이 링에 오르는 것은 그리 나쁘지 않다. 오히려 대선 고지에 오르려는 사람이 막판에'다크호스'가 되기 위해 아직도 무대를 회피하는 전략을 편다면 그게 더 큰 문제다.

다만 링에 오른 주자들은 '준비된 대통령'이 되기 위해 힘과 기량을 키워갔으면 한다. 스파링과 경기를 하면서 자신의 성품과 스타일, 실력을 충분히 보여줘서 관전하는 유권자들이 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 그 과정에서 철학과 비전, 노선을 제시하면서 자신만의 컬러를 다듬어야 한다. 40대에 최고지도자가 된 영국의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와 토니 블레어 전 총리, 미국의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등은 모두 고유한 컬러의 깃발을 들고 집권에 성공했다.

무엇보다 대선주자들은 경제와 복지, 외교안보 문제에서 전문성을 키워야 한다. 특히 미국과 중국의 각축장이 되고 있는 한반도 주변 정세와 급변하는 남북관계에 대해 깊이 공부하고 위기관리 능력을 키워야 한다. 만일 북한 등 한반도 주변에서 돌발상황이 벌어질 경우 대선후보를 고르는 기준은 180도 달라질 수도 있다.

시대와 가치의 변화를 가장 먼저 읽어내고 실천하는 주자만이 군웅시대 종식의 주역이 될 수 있다.

김광덕 정치부장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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