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나는 압니다. 가장 큰 이유는 이 타블로라는 가수가 고등학생인 아이의 롤 모델이기 때문이죠. 아이는 저의 공부 때문에 초등학교 시절 몇 년을 미국에서 보내서 비교적 미국 문화에 친숙한 편입니다. 또한 현재는 학교에서 힙합 동아리 활동에 열심입니다.
그런 아이에게 미국의 명문 대학을 나온 이 힙합 가수는 꿈의 완전한 형태였습니다. 콘서트도 열심히 쫓아다니고, 그가 쓴 책이 나오자마자 책방으로 달려가서 사오더군요. 그러니 나도 관심을 가질밖에요. 아이의 음악 취향을 이해하는 세련된 아빠도 되고, 그러면서도 공부의 중요성도 강조할 수 있는 일거양득을 이 가수는 제게 주었으니까요.
괴소문에 흔들리는 '롤 모델'
그런데 아이의 얼굴이 요즘 어두워졌어요. 인터넷 상에서 떠도는 자신의 우상에 대한 이상한 소문들 때문이랍니다. 아이가 보기에는 상당히 설득력 있는 증거들이 제시됐는데도 이 소문들은 가라앉지 않는다고 합니다. 아이의 롤 모델의 위상은 제게도 중요한 문제였습니다. 자칫하면 공부를 포함해서 현재 아이를 추동시키는 힘들이 전체적으로 흔들릴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나름대로 인터넷을 뒤져봤습니다. 며칠 동안 타블로의 진실을 요구하는 어느 카페의 글들을 읽었습니다. 모든 문제의 시작은 타블로의 학력이었습니다. 미국 명문대 학력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었고, 여기에 타블로 측의 증거 제시, 그러면 다시 더 확실한 증거를 요구하며 문제를 제기하는 식이었습니다. 그러면서 11만 명이 넘는 회원을 가진 인터넷 카페와 법무법인을 앞세운 타블로 측 사이에는 일촉즉발의 전운마저 감돌고 있었습니다.
왜 사람들은 타블로의 학력을 의심하기 시작했을까요? 시작은 방송 예능 프로였습니다. 일주일에 수십 개씩 방송되는 예능 프로의 주된 내용은 유명 연예인들이 나와서 자신이 겪은 얘기로 사람들을 웃기는 것입니다. 근데 누구나 자신이 가진 재미있는 경험담은 한계가 있는 것이지요. 몇 년씩 남을 웃길 수 있는 경험담을 가진 사람은 없으니까요. 그래서 필요한 게 캐릭터입니다. 자신의 캐릭터를 확립하면 그 캐릭터에 의거해서 이야기를 생산해도 되고, 남들의 이야기에 자신의 캐릭터에 맞는 반응을 보임으로써 예능 프로에서 버틸 수 있는 것이니까요.
타블로가 이 다양한 예능 캐릭터의 스펙트럼에서 점유한 지점은 미 명문대 출신의 엘리트 캐릭터입니다. 명문대와 힙합이라는 얼핏 부조화한 두 요소를 결합시킴으로써 예능의 시청자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줄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의 대부분의 이야기들이 미국에서의 대학 생활, 외국어 실력, 아이큐 등의 개인 능력 지표들에 대한 것들에 집중된 이유입니다. 문제는 이 예능의 요구에 맞추다 보니 때때로 다소 근거가 희박해 보이는 이야기들이 나왔고, 그러면서 그에 대한 의심이 조금씩 생겨나기 시작된 것 같습니다.
인터넷 시대를 사는 연예인에게 가장 유용한 방식을 나는 '나훈아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바지춤을 내리겠다" 고까지 선언하며 괴소문에 맞선 그 앞에서 모든 소문들은 일시에 사라졌습니다. 타블로씨, 이 선배 가수의 방법을 채용해 볼 생각은 없으신지요?
당당하게 나서서 진실 말하길
앞에 나서서 자신을 의심하는 모든 사람에게 진실을 밝혀주세요. 바지춤을 내릴 필요도 없고, 그저 진실을 갖고 있는 자의 당당한 눈빛 하나면 나는 계속 당신을 믿겠습니다. 다만 왜 그래야 되느냐는 말씀은 하지 마세요.
아이는 음악 때문에 타블로씨를 좋아했는지 몰라도 나는 솔직히 학력 때문에 당신을 좋아했습니다. 콘서트장을 가고 책을 산 것은 아이이지만 그 모든 비용을 기꺼이 댄 사람은 나입니다. 아이와 내가 타블로라는 가수를 통해서 서로가 행복한 동상이몽을 계속할 수 있게, 제발 부탁합니다.
육상효 인하대 교수·영화감독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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