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달러(달러화 자산)를 쏟아내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국채를 가장 많이 보유한 최대 채권국. 만약 중국이 계속 미 국채를 내다 팔면, 달러화 가치는 떨어지고 미 정부는 국채가격하락으로 높은 금리에 채권을 발행하기 때문에 커다란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 때문에 중국의 연이은 달러자산매각 배경이 과연 뭔지, 순수 경제적 결정인지 아니면 미 정부를 압박하기 위한 경고의 메시지인지, 국제 금융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6일(현지시간) 미 재무부가 발표한 자본 유출입 동향 보고서(TIC)에 따르면 6월 중국이 보유한 미 국채 규모는 전월 대비 240억달러 감소한 8,437억달러로 나타났다. 중국은 5월에도 미 국채 보유 규모를 4월보다 325억달러 줄였다. 두 달 동안 무려 560억달러 넘는 미 국채를 처분한 것이다.
포트폴리오 조정?
첫 번째 해석은 외환보유액 다변화 정책. 중국의 외환보유액 가운데 달러화 자산이 얼마나 되는지는 공개되지 않고 있지만 보유한 미 국채 규모만 해도 전체 외환보유액(6월 말 2조4,543억달러)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만큼, 다른 달러화 자산을 다 합하면 적어도 60~70%대, 최소 1조5,000억달러는 넘을 것이라는 게 시장의 추측이다.
달러패권시대가 마감한 만큼, 중국이 달러자산비중을 줄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 실제로 중국은 달러자산을 처분하는 대신 올 들어 유로화 자산과 특히 엔화 자산을 왕성하게 사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민은행 통화정책위원을 지낸 위융딩(餘永定) 중국 사회과학원 연구위원도 “보유 외환 다변화가 인민은행의 기본 원칙”이라면서 “인민은행은 유로 경제와 통화의 장래를 신뢰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자신이 지난 6월 유럽을 방문할 때 인민은행 최고위 인사로부터 “유로 채권이나 자산을 줄이기는커녕 꽤 많이 사들였음을 전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전했다.
중국이 대표적 달러화 자산인 미 국채를 처분한 것 역시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중국의 미 국채 보유액은 지난해 9월부터 올해 2월까지 6개월 연속 줄어들다가 유럽 재정위기로 유로화 가치가 폭락하자 3~4월에는 미 국채를 다시 사들이기 시작했다. 따라서 최근 2개월 연속 미 국채를 매각한 것은 유럽경제가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게 됨에 따라, 다시 외환보유액 다변화 정책으로 되돌아간 것이란 게 일반적 해석이다.
대미 메시지?
하지만 중국의 미 국채 매각을 ‘미국견제용’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올해는 미국으로부터 위안화 절상 및 통상압력이 어느 때보다 거셌던 상황. 특히 최근에는 천안함사태와 한ㆍ미 군사훈련, 남지나해 영유권 등 아시아 지역 주도권문제를 놓고 정치ㆍ외교적으로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이런 미ㆍ중 간 긴장기류를 감안할 때, 중국의 미 국채 매각은 미국에 대한 일종의 압박수단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그런 상황이 오지는 않겠지만, 만약 중국이 미 국채를 대량 처분한다면 미국은 달러화 가치 폭락과 금리 폭등 등 심각한 경제적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하지만 견제카드로서 국채매각은 어디까지나 가설일 뿐, 실제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한 국제금융전문가는 “중국이 미 국채를 경고용으로 내다 팔기엔 현재의 매각규모는 너무 적으며, 만약 대규모로 내다 팔 경우 시장에서 미 국채 가격이 떨어지기 때문에 중국이 보유한 막대한 자산가치도 함께 떨어진다”며 “경고용 매도는 쉽게 꺼내기 어려운 양날의 칼”이라고 말했다.
이응백 한국은행 외화자금국장도 “다른 나라의 외화자산 정책에 대해 뭐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달러 표시 자산에 지나치게 편중돼 있는 점에 변화를 주는 것이 주된 목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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