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식을 앓던 아르헨티나의 한 젊은 의학도가 오토바이에 몸을 싣고 남미 전역을 돌며 약자들의 슬픔에 공감하게 됐고, 그 여행을 계기로 훗날 그는 의사가 아닌 혁명가가 됐다. 체 게바라라는 영광의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에르네스토 게바라’의 젊은 시절 그 여행은 라는 책과 동명의 영화(2004)로 소개된 바 있다.
영국 영어교사 출신 스펜서 콘웨이(사진)씨도 자신만의 ‘모터사이클 다이어리’를 완성했다. 체의 일기는 남미가 중심 무대였다면, 그는 아프리카 대륙을 선택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16일 “42세의 영어교사가 아프리카 대륙 32개국 일주를 9개월 만에 끝마치고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다”고 보도했다. 그가 오토바이로 달린 거리는 3만7,000마일(약 6만㎞)에 이른다.
지난해 11월 교사직을 그만 둔 그는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거쳐 아프리카 대륙 북쪽 튀니지에 도착했다. 이어 리비아, 이집트를 거쳐 인도양과 접한 동쪽 국가들을 따라 최남단 남아프리카공화국까지 내려갔다. 다시 태평양을 낀 서쪽 국가들을 따라 대륙 북쪽 모로코까지 거슬러 올라간 뒤 고향인 켄트주 비든덴시로 돌아왔다.
9개월이란 긴 여행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그의 여정은 북쪽의 사하라와 남쪽의 칼라하리 사막이 포함됐다. 이집트에서는 이방인의 등장에 성난 주민들의 돌팔매를 피해야 했고, 비자와 오토바이 부품을 기다리느라 몇 주를 허비하기도 했다. 콩고민주공화국 등 게릴라 반군의 활동 공간 등 치안이 불안한 지역을 지난 것도 부지기수였다. 특히 그는 지난 3월 케냐에서 무장 단체의 총격을 받아 목숨을 잃을 뻔한 위기도 겪었다. 다행히 부상 없이 겨우 벗어났지만, 그의 오토바이는 바퀴 하나를 잃어 한동안 걸어야 했다. 대부분의 밤은 텐트에서 홀로 지내는 외로운 나날이 이어졌다. 그는 “어느 때는 2,000㎞를 달리는 동안 사람을 한 명도 볼 수 없었다”며 “적응하는 데 애를 먹었다”고 회상했다.
그의 여행 목적은 아이들을 위한 기금 마련이었다. 그는 자신의 도전을 블로그와 홈페이지를 통해 알리면서 아동 구호기구인 ‘세이브더칠드런’을 위해 2만6,000파운드(약4,800만원)를 모금했다. 그는 “모든 아이들은 적절한 의료, 음식, 교육 및 보호가 필요하다”며 “작으나마 내가 도울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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