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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자가 소유 지상주의 사라지나

입력
2010.08.17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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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이후 미 국민의 한결같은 꿈은 ‘내 집 마련’이었다. 이들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 당연히 집을 사라”는 인생 선배들의 말을 중요한 경구처럼 가슴에 담고 살았으며, 주택가격의 90%에 달하는 은행 빚을 얻어서라도 그 꿈을 이루려 했다. 부시 정부는 물론 이전 민주당의 클린턴 정부도 주택구매자에 각종 혜택을 부여하며 이 같은 오랜 믿음을 지속시키는 데 총력을 다한 것은 물론이었다.

하지만 미 주택시장이 금융위기의 풍파를 겪으면서 이러한 ‘자가(自家)소유 지상주의’는 뿌리째 흔들리기 시작했다. 주택을 담보로 빚을 얻은 구매자들의 연체(8월 기준 3개월 이상 연체율 9.4%)금이 산더미처럼 쌓이고, 신화처럼 믿었던 투자처로서의 부동산 가치는 연일 바닥을 쳤기 때문이다. 17일(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처럼 부동산침체가 국가 경제를 위협하는 수준에 달하자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 등 부동산 관련 관료들과 전문가들을 백악관에 소집, 이른바 ‘주택 정상회의’를 연다. 이 회의를 전망하는 외신들은 “미 정부는 결국 오래도록 지켜온 주택구매 장려정책을 버리는 선택을 할 것이다”고 내다봤다. 수십 년 동안 이어져 온 미국의 자가소유 지상주의가 이번 회의에서 마침표를 찍게 될 것이란 분석이다. 앞서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16일 모기지 금리를 시중 금리보다 높게 적용해 금리차익을 노리고 주택담보대출에 쉽게 손대는 경우를 방지하는 대책을 내놓아 이런 전망에 힘을 실었다.

영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17일 ‘미국 자가소유 정책의 종말’이란 제목의 해설기사에서 반세기 이상 주택구매를 유도해온 미 정부의 정책이 변화를 겪고 있다고 진단하며 “많은 관료가 주택소유의 이점은 거의 없다는데 동의한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 정부는 줄곧 안정적인 경기 유지를 위해 주택거래를 장려했으며, 이 과정에서 “자택소유 가정의 자녀가 성적이 더 좋다”는 식의 연구결과들까지 양산하며 소비자들이 집을 사도록 부추겼다.

FT는 “특히 민주당 우세 지역의 모기지 연체율이 압도적으로 높아서 중간선거를 의식한 오바마 정부는 당장 부동산 안정 대책을 내놔야 하는 압박을 받는다”며 “이를 감안할 때 대출제한을 강화하는 등 주택구매장려에 반하는 정책들이 나올 것이다”고 내다봤다. 신문은 이미 모기지 이자 갚기에 넌더리가 난 채무자들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집을 포기한 뒤 비교적 속 편한 임대주택에 몰리는 트렌드가 자리 잡고 있다고 소개했다. 정부의 움직임에 앞서 시장에선 이미 자가소유 지상주의가 쇠락했다는 해석이다.

그러나 단기간에 미 정부가 모기지 상품 선택 장벽을 높이는 등 임대장려 쪽으로 돌아서긴 어렵단 지적도 많다. FT는 “부동산 거래는 더욱 줄 것이고 구매력을 상실한 미국 내수시장은 자칫 더블딥의 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계했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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