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가 내달 출간될 회고록 ‘여정(Journey)’ 수익금 전부를 재향군인회(RBL)에 기부하기로 했다. 그러나 여론은 냉랭하기만 하다.
16일 블레어 측은 성명을 내고 “이번 기부는 군인들의 용기와 희생에 경의를 표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일간지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선금 460만파운드에 책판매 등 수익까지 합하면 600만파운드 정도가 될 전망이다. RBL 89년 역사상 최대 기부금이다. RBL의 크리스 심프킨스 사무총장은 “매우 관대한 제안”이라며 부상당한 군인들의 재활을 돕는 스포츠센터 건립에 쓰겠다며 환영했다.
상이군인들에게 혜택이 돌아간다는 점에서 반가운 소식이지만 영국인들의 반응은 떨떠름하다. 총리 재직 당시 ‘부시의 푸들’이라는 조롱까지 감수하며 이라크 파병을 결정한 당사자 블레어의 위선이라는 것. 현지 언론들도 칭찬보다는 죄책감 덜기의 일환이라는 쪽을 부각했고, 반전단체들은 “피 묻은 돈보다 사과가 우선”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영국 전쟁저지연합 사무총장 린지 저먼는 인디펜던트에 “블레어는 이라크 전쟁에 거짓말을 했지만 청문회에서 조금의 후회도 내비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2004년 이라크에서 열아홉살 아들을 잃은 로즈 젠틀씨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기부결정이 반갑다고 블레어에 대한 감정이 바뀌진 않을 것이다. 여전히 그는 내 아들의 죽음에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책 홍보를 위한 술책이라는 비난과 함께 정확히 얼마를 내놓을 것인 지 먼저 밝히라는 주문도 나오고 있다. 블레어는 총리직에서 물러나면서 강연과 각종 사기업을 돕는 등 활발한 대외활동으로 1,500만파운드(약 277억원)를 벌어들였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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