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타 뮐러는 1982년 단편소설집 를 펴낸 이래 장편소설, 단편집, 에세이 등 20여 권의 책을 출간했다. 국내에서 뮐러의 작품은 여러 작가의 짧은 글을 모은 (2001)에만 소개돼 있다가 노벨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장편 및 단편집 5권이 출판사 문학동네를 통해 올해 번역 출간됐다. 그 중 데뷔작인 와 최근작인 장편소설 (2009)가 지난 4월에 나왔고, 1986~94년에 쓰여진 다른 3권의 장편은 뮐러의 방한에 맞춰 이 달에 동시 출간됐다.
를 빼면 국내 출간작 4권은 뮐러의 30여년 문학인생의 전반부에 해당하는 작품들로, 루마니아의 독일계 소수민족 가정에서 태어나 34세 때인 1987년 서독으로 망명할 때까지 차우셰스쿠 독재 치하에서 살았던 작가의 경험을 그 모티프로 하고 있다. 이들 작품엔 운율이 살아 있는 짧은 문장, 밀도 높은 서정과 강렬한 묘사 등 뮐러 문학의 특질이 고스란히 나타난다.
19편의 단편소설로 구성된 는 작가가 나고 자란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유년의 기억, 죽음과 불안에 사로잡힌 정서, 가부장적 폭압의 일상 등을 형상화했다. 서독 망명 직전 발표한 (1986)는 루마니아 독재 치하를 벗어나 서구 국가로 가려는 망명 대기자들의 불안한 내면을 묘파한 장편이다.
1990년대 작품인 장편 (1992)와 (1994)에는 대학 재학 당시 정권에 비판적인 문학모임에 가입했다가 요주의 인물로 감시 당하고, 졸업 후엔 번역사로 공장에 취직했다가 비밀경찰에 협조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해고 당한 뮐러의 자전적 경험이 공통적으로 반영돼 있다.
는 뮐러 자신처럼 루마니아에서 독일로 망명한 시인 오스카 파스티오르(1927~2006)가 겪었던 소련 강제수용소 생활을 소재로 하고 있다. 전작들에 비해 한결 서사성이 강해 뮐러 문학의 또다른 면모를 보여주는 장편소설이다.
이훈성기자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