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원년의 올스타들이 다시 모인 듯하다. 실베스터 스탤론, 돌프 룬드그렌, 아놀드 슈워제네거, 브루스 윌리스, 리롄제, 미키 루크. 한 명의 얼굴만으로도 스크린은 버겁다. 2000년대의 간판 액션스타 제이슨 스태덤과 유명 프로레슬러 출신의 스티브 오스틴, 이종격투기 스타 랜디 커투어까지 가세해 스크린은 좁디 좁아 보인다. 40대 이상의 향수를 자극하면서도 20~30대 남성들의 호기심을 건드리기에 충분한 앙상블이다.
화려한 출연진에다 1분이 멀다 하고 총구가 불을 뿜는 액션영화이니 흥행은 떼놓은 당상처럼 보일 듯. 스탤론과 슈워제네거, 윌리스가 한 프레임에 잡히는 장면에 탄성을 지르는 올드 팬도 적지 않을 듯하다. 하지만 추억의 올스타들이 만들어낸 조합은 시너지 효과를 거두기는커녕 오히려 영화적 재미를 반감시킨다. 화려한 듯한 액션은 기이하게도 지루하고, 부지런히 몸을 움직이는 배우들의 연기엔 활력이 느껴지지 않는다. 전성기를 한참 전 보내고 실력이 예전만 못한 왕년의 올스타들이 치고 던지고 달리는 야구 경기를 보는 듯 하다고 할까.
영화의 이야기 줄기는 정예 용병들의 활약상이다. 로스(실베스터 스탤론)가 이끄는 용병들은 사지에 가더라도 임무를 수행하고 생환할 만한 인물들. 칼의 전문가 크리스마스(제이슨 스태덤), 무술의 대가 잉양(리롄제), 저격수 옌슨(돌프 룬드 그렌) 등은 수수께끼같은 인물 처치(브루스 윌리스)의 의뢰를 받고 발레나라는 작은 섬나라의 잔악한 독재자 축출에 나선다. 하지만 전직 CIA 요원 먼로(에릭 로버츠)와 페인(스티브 오스틴)이 개입하면서 작전은 수포로 돌아간다. 로스는 접선책 산드라(지젤 이티에)를 구하기 위해 발레나로 다시 돌아가고 대원들은 탐탁지 않게 여기면서도 로스 뒤를 따른다.
영화 ‘익스펜더블’은 ‘소모품’이라는 뜻. 돈이라면 어디든 달려가고 언제든 용도 폐기될 수 있는 용병들의 신세를 비유한 말이겠지만 왠지 왕년의 명성을 소모품으로 삼은 듯한 영화 내용 때문에 씁쓸해진다. 각본과 연출을 맡고 유명 스타들까지 끌어 모은 스탤론의 재주와 인간관계에는 박수를 보내야 할 듯. 19일 개봉, 청소년 관람 불가.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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