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가 추진 중인 출판진흥기구 설립에 대해 문인들이 “정부가 출판산업 지원을 명목으로 한국문학번역원(이하 번역원)을 일방적으로 폐지하려 한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출판진흥기구 신설 방안을 논의하는 태스크포스(TF)에 참여한 시인 김혜순(55), 평론가 정과리(52)씨는 16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정부가 번역원과 간행물윤리위원회를 통합해 출판진흥기구를 설립하기로 이미 내부 방침을 정해놓고 일방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한국문학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번역원을 문학계와 협의 없이 없애려는 정부 계획에 계속 들러리를 설 수 없다”며 이날 문화부에 TF 위원 사퇴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 TF는 출판계, 문학계, 학계, 문화부 및 관련기관 인사 등 10명으로 구성됐으며 3차례 회의를 가진 뒤 이달 말 공청회를 열 예정이었다.
이들에 따르면 TF 회의에서 국책기관인 문화관광연구원은 출판진흥기구 설립을 위한 3가지 방안 중 번역원과 간행물윤리위를 통합하는 안을 ‘더 우수하다’고 평가했다. 정과리씨는 “출판진흥기구 설립을 오랫동안 주장해온 출판계의 TF 위원들도 ‘번역원과 정부가 먼저 협의하고 나서 재논의하자’고 하는데도, 문화부는 이들을 따로 불러 정부 방침을 강조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정씨 등은 “번역원을 출판진흥기구에 통합하면 한국문학 세계화라는 고유 기능을 해낼 수가 없다”며 “출판산업의 논리가 우선시되면 순수문학보다는 만화, 대중소설 등 언어 장벽에 덜 구애받고 상업성이 강한 작품들만 유통돼 한국문학의 위상이 추락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나기주 문화부 출판인쇄산업과장은 “정부가 미리 입장을 정해놓고 밀어붙이려 한다는 것은 오해”라며 “다만 번역원은 순수문학 번역 지원 외에도 해외 출판 지원, 국내 저작권 관리 등의 업무도 하는 만큼 이런 업무를 새 기구와 효율적으로 조정하는 방안은 세심하게 따져볼 문제”라고 말했다.
이훈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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