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정론, 조기 사퇴론에 수뇌부 단속 나서
막말 강연으로 사퇴 압력을 받고 있는 조현오 경찰청장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으로 경찰 내부가 뒤숭숭한 분위기다.
지난해 초 김석기 당시 경찰청장 후보자가 용산참사 현장에 특공대 투입을 결정한 책임을 지고 물러난 지 1년 만에 조 후보자가 다시 벼랑 끝으로 내몰리자 일부에서는 동정론이 일고 있다. 조 후보자가 경기경찰청장 재임 시 경기도의 한 경찰서에서 근무했던 경찰 간부는 “조 후보자가 낙마한다면 그의 능력을 볼 때 매우 아쉬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 간부는 “능력이 없는 사람으로 찍히면 가차없이 지휘권을 박탈하는 등 선호가 뚜렷한 청장의 처신이 이번 일을 불러온 듯하다”면서 “불만 세력들이 한참 지난 일을 언론에 알린 것이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일부 경찰관들은 경찰이기 때문에 불쌍하게 됐다며 자조 섞인 한탄을 했다. 서울에 근무하는 한 경찰관은 “경찰을 대상으로 한 내부 강의에서 이해를 쉽게 하기 위해 그렇게 이야기한 듯한데 사퇴설까지 나오는 것은 너무 민감한 것”이라며 “경찰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크게 문제 삼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 하위직을 중심으로 조기 퇴진 주장도 빠르게 퍼지고 있다. A 경위는 “성과주의를 비판했다는 이유 등으로 경기경찰청장 재임 시 50명 가까이 파면ㆍ해임시키고, 견책ㆍ감봉ㆍ정직은 수백명에 달해 별명이 ‘조파면’, (해임ㆍ파면을 남발해)‘해파리’였을 정도였다”면서 “10만명이 넘는 경찰을 원만히 이끌고 갈 치안총수 자격이 없다”고 비난했다.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이 평택공장에서 파업을 벌였던 지난해 5월 경기경찰청에 근무했던 B 경사는 “조 후보자가 당시 경기경찰청 산하 경찰서에 ‘전ㆍ의경들이 고생하니 경찰서마다 돌아가면서 간식비를 조달하라’고 지시했다”면서 “모든 경찰서들이 예산에 쪼들려 결국 지역 유지들에게 손을 벌릴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B 경사는 “산하 관서들의 예산이 얼마나 부족한 지 몰랐거나 지역 유지들과의 유착을 지시한 것인데, 어느 쪽이라도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며 “일찍 물러나는 게 옳다”고 주장했다.
경찰이 술렁이자 수뇌부가 내부 단속에 나섰다. 모강인 경찰청 차장은 이날 내부 게시판에 “G20 정상회의 등 여러 치안상황을 앞둔 상황에서 내부 교육용 발언이 외부에 유출되고, 근거 없는 유언비어가 언론에 제보되는 등 조직이 사분오열로 비치는 사례가 없도록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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