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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메고 소극장 출근하는 루시드 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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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메고 소극장 출근하는 루시드 폴

입력
2010.08.16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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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전 블루. 서울 동숭동 대학로 한 귀퉁이에 있는 194석짜리 소극장이다. 인디(Indie)보다 언더그라운드(Underground)라는 말이 흔하던 시절 고 김광석은 여기서 1,000회가 넘는 콘서트를 열었다. 이 가객은 지금도 극장 앞마당 동판 노래비 속에서 연주하고 있다. 이후 오랫동안 상설 콘서트가 없었던 이곳에서, 25일부터 한 달 동안 ‘목소리와 기타’ 공연이 열린다. 나일론 기타 한 대를 메고 매일 이곳으로 ‘출근’할 가수는 루시드 폴(본명 조윤석)이다.

“내가 1993년 유재하음악경연대회 출신인데 그때 사회를 김광석 형이 봤어요. 심사위원은 김민기(학전 블루 대표) 선배였고요. 올해 초에 다른 자리에서 술을 마시다가 ‘서른 즈음에’를 작곡한 강승원 형이 불러서 갔더니 거기 김민기 선배가 계신 거에요. 김광석 형의 기일이라 가까웠던 분들이 모인 자리였습니다. 취해서 그 앞에서 노래도 한 곡 불렀죠. 그때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김광석 형처럼 한번 해보고 싶다고.”

밴드 ‘미선이’ 활동부터 치면 데뷔 13년째이지만, 사람들은 오랫동안 음악을 루시드 폴의 가욋일로 여겼다. 서울대를 나와 유럽의 어느 연구소에서 일한다는 으리으리한 학력 탓. 하지만 그는 2008년 말 박사학위를 미련 없이 트렁크에 구겨 넣고 귀국한 뒤 깨끗이 전업을 선언했다. 이후 1년 반, 앨범도 발표하고 방송에도 출연하고 공연도 하고 라디오 DJ도 맡았다. 경계인의 삶에서 벗어나 파기 시작한 한 우물, 그런데 문득 의문이 찾아왔다.

“음악만 하겠다고 다 접고 돌아왔는데, 내가 진짜 그렇게 살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나태해진 느낌도 있고. 그래서 음악적 자극 속에 날 던져보기로 한 거에요. 비 오는 날도, 더운 날도, 우울한 날도, 짜증나는 날도, 오로지 내 음악을 듣기 위해 온 관객 앞에 서 보자고 마음 먹었어요. 음악에 좀 더 밀착해보자는, 음악인으로서 반성 같은 거죠. 힘든 만큼 새로운 에너지를 얻을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합니다.”

루시드 폴은 공연 타이틀 밑에 ‘시즌 1’을 붙였다. 최소한 1년에 한 번은 장기 콘서트를 갖자는 자신과의 약속. 시즌 2, 시즌 3을 계속할 공연의 타이틀인 ‘목소리와 기타(voz e violao)’는 그가 요즘 즐겨 듣는다는 브라질 음악에서 앨범 제목으로 즐겨 쓰이는 표현이다. 알고 보면 음악에 대한 적잖은 자의식이 숨겨진 타이틀이다. 그걸 드러내는 걸, 루시드 폴은 무척 쑥스러워했다.

“기타 하나와 약간의 타악기 반주만 갖고 관객을 감동시키는 것은 보사노바의 신으로 불리는 조앙 질베르토 같은 뮤지션들에게도 일종의 로망인가 봐요. 그래서 그런 제목을 단 앨범에 보면 ‘아직 조금 이른 것 같지만…’ 같은 조심스러운 문구가 있죠. 저요? 에이… 제가 그 정도 내공이 있다는 건 결코 아니고요, 그냥 티켓 값을 좀 낮춰 보려는 시도에요. 악기도 제 걸 갖다 쓰고, 의자도 집에 있던 거고. 조명 기사도 따로 안 쓰고 그냥 ‘공연 시작할 때 불 켜고, 끝날 때 꺼 주세요’라고만 했어요.”(웃음)

사진 안테나뮤직 제공

유상호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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