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경기 수원시 장안공원 앞에 조금 특별한 카페 ‘앙상블’이 문을 열었다. 이 곳에서는 장애인 바리스타가 직접 만든 커피를 맛볼 수 있다. 향긋하고 구수한 커피 맛이 일품이다. 아메리카노 한 잔 가격은 2,000원. 외국 유명 커피 가격의 절반 수준이다. 게다가 요즘은 신장개업 기간이라 1,000원짜리 한 장만 받는다.
커피나 차만 마실 수 있는 게 아니다. 이 건물 3층에는 장애인 생산품 전시장인 ‘행복을 파는 가게’가 있다. 복사지와 파일 등 소소한 사무집기에서 화분류, 비누류, 과자ㆍ제빵류에 이르기까지 무려 900여 개 품목에 달하는 물품이 전시돼 있다. 가격도 대형 할인마트 수준으로 저렴하다.
이 곳은 수원시 권선구 입북동에 있던 ‘경기도 곰두리 공판장’이 자리를 옮겨 새 단장한 곳이다. 곰두리 공판장은 도내 장애인들이 만든 품질 좋은 제품들을 판매하는 곳. 그러다 보니 기존 공판장은 주문을 받고 물품을 납품하기 급급했다. 그래서 전화 주문을 받기 위한 좁은 사무 공간과 물건을 쌓아두는 어두컴컴한 창고형 공간만 있었다. 물건을 보관하고 납품하는 데에는 효율적이었지만 일반인들과의 공감대를 형성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새로 이전한 곳은 다르다. 카페(97㎡)와 창고(231㎡) 공간뿐 아니라 전시장, 세미나실, 사무실을 갖췄다. 세미나실은 지역 주민들에게 개방한다. ‘장애인들을 위한 공간’에서 벗어나 ‘장애인과 주민들이 함께 하는 공간’으로 변모한 것이다. 사회복지학 박사인 이명원 원장은 “앙상블과 행복을 파는 가게는 장애인 일자리 및 수익 창출 효과 뿐만 아니라 장애인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 개선에도 많은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문을 연지 1주일도 안 됐지만 벌써 인근 주민들의 시선이 달라졌다. 앙상블 카페에서만 하루 평균 30만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할인 행사 기간 동안의 매출이 이 정도라 정식 가격을 받으면 훨씬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카페를 찾은 한 고객은 “공원 앞에 위치해 쉽게 눈에 띄는데다 다른 카페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커피를 판다기에 일단 들어왔다”면서 “커피 맛도 좋고 분위기도 좋았는데 수익금을 장애인 돕기 활동에 사용한다고 하니 두 배로 기분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물론 앞으로 과제는 많다. 유동인구가 많은 곳으로 옮긴데다 생활 공간도 넓어져 한 달에 330만원에 달하는 월세 부담이 만만치 않다. 예전 공판장에서도 연 매출 45억원의 탄탄한 판매로를 확보했었지만 이전보다 훨씬 더 열심히 일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 원장은 “앞으로 자원봉사자들로 모니터 요원을 구성해 블로그나 트위터 등을 통해 본격적인 홍보에 나설 예정”이라며 “수원시 장원봉사센터 등과 함께하는 각종 이벤트도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카페 앙상블은 일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9시까지 문을 연다. 장애인 생산물품은 매장에서는 물론이고 인터넷(www.gom.or.kr)에서도 구입할 수 있다.
카페 ‘앙상블’에서 바리스타 강주연(23ㆍ지적장애 1급ㆍ사진 가운데)씨가 직원들과 함께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만들어 보이고 있다.
글ㆍ사진=강주형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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