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조원의 부채를 안고 있는 서울시가 16일 내놓은 ‘민선 5기 재정 건전성 강화 종합대책’은 긴축재정 운용을 통해 부채를 경제위기 이전 수준으로 감소 시키겠다는 게 핵심이다.
시는 이를 위해 올해 불필요한 사업비를 감축해 지방채를 당초 계획보다 3,000억원 줄은 6,800억원 상당을 발행하고, 지난해 이후 경기 부양을 위해 발행한 지방채 1조8,000억원도 2014년까지 전액 상환할 방침이다.
또 민선 5기에 시작하는 모든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며, 대규모 사업의 경우 계획 수립단계부터 재원조달 방안을 반드시 확보하도록 할 계획이다. 한강지천 뱃길조성 사업처럼 시급성이 떨어지는 사업의 경우 안양천 구간은 보류하고, 중랑천 구간은 축소하는 방향으로 인근 주민과 자치구의 의견을 수렴해 추진한다. 마곡지구의 경우 워터프론트(수변공간) 구역이 대폭 축소되며, 원래 취지대로 IT(정보통신), 첨단 산업단지 입지로 공급하는 방향으로 수정한다.
각종 보도정비 사업도 원칙적으로 중단하며, 신림∼봉천터널은 강남순환도시고속도로 건설과 연계해 투자 시기를 당초 2011년에서 2012년 이후로 연기했다. 1조원 이상의 사업비가 투입되는 강변북로 지하화 사업과 월드컵대교 건설은 서부간선지하도로 완공 시기(2016년)와 연계해 투자사업비를 조정한다.
산하ㆍ투자기관의 경영 합리화 방안도 함께 추진된다. 전 투자기관의 운영 실태와 조직, 인사 등 경영 전반을 검토해 운영 효율성을 높이고, 부적절한 경비 집행을 통제키로 했다. 이를 통해 내년 경비 예산을 3% 삭감한다.
13조5,671억원의 부채를 갖고 있는 SH공사의 경우 시프트(장기전세주택) 대형 평형(114㎡)의 절반 규모인 1,134가구를 분양으로 전환하고, 보금자리주택 투자 시기를 조정해 현금흐름을 개선한다. 또 마곡 수변도시 건설 등 대규모 사업지구 시행 계획도 시기와 규모를 조정하고, 은평뉴타운 대형 평형 아파트 614가구를 할부 판매해 투자 사업비를 조기에 회수한다.
김상범 경영기획실장은 “민선 5기 재정운영 방향을 건전성 회복에 두고 시의회, 자치구, 시민의 의견을 수렴해 강도 높은 사업 구조조정과 재정통제 강화, 조직 경영혁신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시의회는 이번 재정대책에 대해 “실체가 없는 구름식 처방에 불과하다”고 비난하고 있어, 다음주 예정된 225회 임시회에서 시의 재정문제는 뜨거운 감자가 될 전망이다. 박진형 시의원은 “부채를 줄이겠다는 원론적 선언만 있을 뿐 한강예술섬 사업 등 전시성 ‘보여주기 사업’에 대한 구조조정은 없고, 지하철 요금 인상이나 시프트 임대사업의 분양 전환 등 서민부담만 가중시키는 실망스러운 대책”이라고 비판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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