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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신스캐너, 어떻게 운용되는지 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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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신스캐너, 어떻게 운용되는지 봤더니

입력
2010.08.16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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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에서 ‘알몸 투시’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항공 보안용 전신검색장비(전신스캐너)가 우리나라에서도 다음 달부터 1개월의 시범운용을 거친 뒤 10월부터 본격 가동된다. 이를 앞두고 국토해양부 주최 전신스캐너 시연회가 12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열렸다.

보안 검색대 뒤로 설치된 검색장비는 단출했다. 냉장고 두 대를 세워 놓은 듯한 스캐너 사이에 승객이 들어서고, 검색 안내요원의 안내에 따라 두 손을 가볍게 들어올린 포즈를 취하면 촬영하는 방식. 6초 가량의 시간이 걸렸는데 승객은 10µRem(마이크로렘)의 방사선에 노출된다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의료용 검사에서 피폭되는 방사선 대비 1만분의 1에 해당하는 양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임산부나 영ㆍ유아, 장애인 등 보호 대상이 되는 승객은 전신검색 대상에서 제외된다”며 “국내ㆍ외 보안기관에서 사전에 통보 받은 승객과 1차 검색 결과 정밀 검색이 필요한 승객이 대상”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촬영된 사진은 즉각 30m 가량 떨어진 이미지 분석실로 전송됐다. 직원이 화면을 보고 수상한 물건을 찾아내거나 추가 정밀 검색이 필요한 부위를 파악하는 곳이다. 분석실 영상은 짓눌린 것처럼 짧고 옆으로 퍼졌다. 옷은 전부 제거됐고 몸은 흰색으로 표시되고 넥타이핀이나 단추 등 이물질은 검은색으로 나온다. 얼굴은 가려졌으며 은밀한 부분은 뭉개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분석실에서는 승객을 볼 수 없고, 검색안내 요원은 이미지를 볼 수 없다”며 “이미지 분석도 동성(同姓)이 검색을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밖에 승객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 애쓴 흔적들은 뚜렷했다. ▦검색실 장비는 이미지의 보관ㆍ출력ㆍ전송이 불가능한 시스템이었고 ▦휴대폰, 카메라 등 촬영장비의 분석실 반입도 금지됐으며 ▦이를 감시하기 위해 분석실 천장에 폐쇄회로 카메라가 설치됐다.

이같은 이중삼중의 조치에도 불구, 논란이 끊이지 않자 국토부는 승객이 원치 않으면 기존의 정밀 촉수(觸手) 검색을 받도록 했다. 현재 정밀 검사 대상으로 분류된 승객은 검색 요원 두 명과 함께 정밀 개장실로 들어가 겉옷을 벗고 2~4분간 검사를 받고 있다.

특히 분석실은 추가 검색이 필요한 부분을 찾아내 분석 안내요원에게 알려주는 역할도 하고 있었다. 문제의 위치를 화면에서 클릭하면 그 정보가 전신검색장비 외부에 부착된 모니터의 아바타에 표시되는 방식이다. 이 때 검색안내요원은 이 화면을 승객에게 보이며“이 부분에 있는 것을 보여주시겠습니까”식으로 안내, 확인한 뒤 검색을 마무리 하는 방식이다.

전신스캐너의 운영은 전반적으로 깔끔했다. 하지만 사생활 침해 가능성이 말끔히 해소됐다고는 보기 어려웠다. ▦분석실 천장의 감시카메라가 분석실의 일을 모두 커버하기 힘든 위치에 있었고 ▦실시간으로 교신하는 검색 안내요원과 분석요원이 서로 공모한다면 특정 승객의 알몸 사진 유출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조건이었다. 국가인권위 관계자는 “전신스캐너로 동료 여직원의 알몸 사진을 찍은 영국 공항의 경우 등 우리보다 앞서 전신스캐너를 설치한 공항들도 모두 처음에는 ‘최고 수준의 사생활 보호 대책을 강구했다’는 입장이었다”며 “이미지 분석은 인간의 업무 영역인 만큼 이미지의 부당 사용 및 유출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전신검색기는 미국, 영국, 네덜란드, 프랑스, 호주, 일본, 캐나다, 이탈리아, 태국,나이지리아, 인도네시아 등의 주요 공항에서 운용되고 있으며 쿠웨이트는 전신검색기 도입 계획을 발표했고, 독일은 조만간 시범운용을 할 예정이다. 국내에는 출입이 가장 잦은 인천공항에 미국산 3대(출국장 2, 환승장 1)가 설치됐으며, 한국공항공사가 발주한 김포ㆍ김해ㆍ제주공항에는 영국산 검색기가 1대씩 설치됐다. 가격은 미국산이 대당 2억9,000만원, 영국산은 2억원이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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