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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측보행… 시행 한달 넘어 대부분 적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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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측보행… 시행 한달 넘어 대부분 적응

입력
2010.08.13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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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당황스러웠지만 이제 익숙해져"오랜시간 체질화된 노인들은 불편해에스컬레이터 등 교체 안된 곳 많아시간 지나면 교통사고 감소 등 기대

정부는 지난달 1일부터 교통사고를 줄이고 보행자 중심의 교통체계를 갖춘다는 취지로 우측보행을 전면 시행했다. 이로써 89년 만에 걷는 방향이 제도적으로 바뀌게 됐다. 제도시행 한 달을 넘어선 지금, 시민들은 얼마나 적응했을까. 이런 궁금증을 안고 지난 10일 거리로 나서 우측보행이 잘 지켜지고 있는지, 불편한 점은 없는지 점검해봤다.

오전 11시쯤 도착한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림역. 적지 않은 인원이 지하철에서 내렸지만 지상으로 올라가는 길은 수월했다. 지하철에서 내린 이들이 서로 약속이나 한 듯 오른쪽으로 향했던 것이 그 이유였다. 역사 곳곳에 붙여진 우측보행 홍보 포스터와 계단마다 붙어 있는 노란색 우측보행 안내 스티커가 도움이 된 듯했다.

지하철 계단에서 만난 이경식(45·가명)씨는 "이제는 익숙해졌지만 처음엔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우측보행 시행 초기, 갑자기 바뀐 통행 방식에 에스컬레이터를 거꾸로 탈 뻔했던 일. 바쁜 출근시간이라 허둥댄 게 문제였다. 하지만 이제는 자연스레 오른쪽으로 발걸음이 옮겨진다고 했다.

이처럼 처음엔 당황스러워 하던 국민들 대부분은 점차 우측보행에 적응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우측보행을 시행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여전히 "잘 모르겠다"는 게 한결같은 반응이었다.

우측보행은 지난해 4월 29일 개최된 국경위 전체회의에서 ▲차량이 우측통행을 하고 있음에도 보행자의 좌측통행은 불합리 ▲오른손잡이가 많은 인체 특성상 우측통행이 편리 ▲교통안전차원에서 도로상 보행자 좌측통행의 일률적 권장은 불합리하다는 연구결과에 따라 보행문화 개선방안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국토해양부는 우측보행이 본격 시행되면 좌측보행에 비해 ▲차량과 보행자간 대면통행으로 교통사고 약 20% 감소 ▲보행자의 심리적 부담 약 13~18% 감소 ▲보행속도 1.2~1.7배 증가 ▲보행자간 충돌횟수 약 7~24% 감소 ▲보행밀도 19~58% 감소 등의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초·중·고등학교 등에서는 우측보행에 대한 교육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이곳에서 만난 학생들 대부분은 "학교에서 우측보행에 대한 교육을 받았다"며 "우측통행으로 바꾸는 게 그리 어렵진 않았다"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현재 초등학교에 재학 중이라는 허유진(13·가명)양은 "가끔씩 좌측으로 운행되는 에스컬레이터도 있다"며 "아무 생각 없이 걷다가 큰일 날 뻔 한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그녀의 말대로라면 여전히 좌측보행을 유도하는 지하철 에스컬레이터가 상당수에 달해 불편함을 주고 있다.

특히 보통 사람에게는 불편함에 지나지 않을 일이지만 시각장애인의 경우 문제가 크다. 에스컬레이터 방향을 스스로 인지해 걸어야 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집 근처 역과 도착할 역의 상황을 숙지하지 않고 무작정 오른쪽으로 걷다가는 큰 봉변을 당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실제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에 문의해본 결과 승객 동선상 개선이 곤란한 일부 역과 개선이 불가능한 역에서는 좌측통행방식 에스컬레이터가 사용되고 있다. 지하철 에스컬레이터는 아직까지 구조적 결함이나 환승 등의 사정으로 우측보행이 전면 자리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서울메트로에 따르면 1,2,4호선 경우 우측통행로를 모두 확보했으며 아직 우측통행이 이뤄지지 않는 에스컬레이터는 개선을 해 나갈 계획이다. 또 5,6,7,8호선을 담당하고 있는 서울도시철도 역시 5호선의 모든 에스컬레이터를 우측통행방식으로 정비했으며 앞으로 나머지 우측통행을 확보하지 못한 에스컬레이터에 대한 개선작업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정부는 공공시설 외에 민간에도 우측 보행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서울삼성병원, 고대안암병원, 보라매병원 등 대형병원은 물론, 이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에서도 우측보행 문화 개선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에도 노인들의 의식 속에 굳어진 '좌측보행'의 습관은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일제 치하인 1921년부터 좌측보행이 보편화된 탓이다. 실제로 지하철 역사 내 계단 근처에서 지켜본 결과, 노인들의 경우 좌·우측보행로가 맞닿는 경계를 따라 걸어가는가 하면 좌측으로 보행하다 마주 오는 사람과 부딪히는 일도 심심치 않게 일어났다.

윤순례(78·가명) 할머니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차는 오른쪽, 사람은 왼쪽으로 다녀야 한다고 배우고 행동해왔다"며 "70년 넘게 그렇게 살아왔는데 갑자기 바꾸란다고 하루아침에 고쳐지겠나"라고 말했다.

이에 국토부 관계자 역시 "좌측보행 습관을 단기간에 바꾸는 게 쉽지는 않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적극적인 안내와 홍보를 통해 올바른 보행문화 정착을 앞당길 것"이라고 밝혔다.

김지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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