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남경필 의원이 2006년 부인이 연루된 형사사건의 담당 경찰관 교체를 이택순 당시 경찰청장에게 직접 요구했던 것으로 13일 밝혀졌다. 현직 국회의원이 개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경찰 최고위층을 상대로 ‘외압’을 가한 정황으로 볼 수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오정돈)은 2008년 9월 남 의원 부부 사찰 실무를 맡았던 김모 경위가 작성했던 사찰내용 보고서를 컴퓨터 하드디스크 복원과정에서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입수한 ‘남경필’이라는 제목의 5쪽짜리 보고서에는 “남 의원이 2006년 말~2007년 초, 이택순 당시 청장을 두 차례 직접 찾아가 부인이 관련돼 있는 형사사건의 담당 수사관 교체를 요구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남 의원의 부인인 이씨 측은 당시 사건이 자신들에게 불리하게 돌아간다고 판단되자 내부 대책회의를 열어 ‘수사관 교체 방안’을 논의했고, 공교롭게도 담당 경찰관이었던 서울 강남경찰서 소속 정모 경위는 2007년 2월 경찰청으로 전보 조치됐다.
보고서에는 또, 이외에 남 의원과 관련한 다른 첩보 내용도 4개나 더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가운데 두 가지는 문제의 형사사건과는 전혀 무관한 탈세 의혹에 대한 내용인 것으로 전해져, 2008년 당시 이상득 의원에게 총선 불출마를 요구한 남 의원에 대한 전방위적인 ‘보복 사찰’이 벌어졌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밖에, 이미 언론을 통해 거론된 “남 의원 본인과 부인이 보석 밀수에 연루됐다”는 취지의 첩보도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원관실은 이 부분에 대해서도 경찰을 상대로 탐문을 벌였지만 송사과정에서 증거가 없어 무혐의 종결된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김 경위가 보고서 작성 시점을 전후로, 남 의원 사찰 과정에서 불법행위를 저질렀는지 여부를 파악한 뒤 사법처리할 방침이다. 검찰은 전날 체포한 김 경위를 14일 새벽이나 오전쯤 일단 귀가조치한 뒤 향후 불구속 기소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남 의원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이택순 당시 경찰청장을 찾아가 만난 적은 없지만, 전화를 걸어 담당 경찰관 교체를 요구한 사실은 있다”고 보고서 내용을 일부 시인했다. 이어 “2006년 6월 무렵, 국가인권위원회에 ‘담당 경찰관이 부인에게 폭언을 하는 등 인권탄압의 요소가 있다’고 진정을 했는데도 수사관이 바뀌지 않아 전화를 걸었던 것”이라며 “전화통화를 한 다음날 관련내용을 정리해 보좌관을 통해 이 청장에게 우편으로 전달했고, 그 이상의 접촉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 전 청장은 개인 연락처가 바뀐 관계로 지인들을 통해 수소문했으나, 결국 연락이 닿지 않았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임현주기자 korearu@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