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리 밀러 지음ㆍ김명주 옮김
동녘사이언스 발행ㆍ655쪽ㆍ2만5,000원
‘지름신’이란 해괴한 신조어가 있다. ‘지르다’에 ‘신(神)’을 접붙인 이 말은 과도한 소비행위를 일컫는 ‘지름신의 강림’ 따위로 활용된다. 는 이런 시쳇말로 하자면, “”에 대해 명쾌한 해답을 내놓는다. “다윈(진화심리학)에게 물어 봐!”
진화심리학자인 저자 제프리 밀러는 전작 에서 인간을 가장 인간답게 하는 특질인 언어, 예술, 자의식, 창의성 등이 ‘성공적 짝짓기를 위한 과시 행위’로 진화했다고 설파했다. 그에 따르면 현대 소비주의의 비밀을 푸는 열쇠도 바로 이 ‘성(性)선택론’에 있다. 즉 “인간은 이미지와 지위가 생명인 작은 사회집단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뿐 아니라 짝을 유혹하고 친구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고 자녀를 양육하기 위해 진화”해왔는데 “오늘날 우리가 상품과 서비스로 자신을 치창하는 목적은 (자신의) 즐거움보다는 남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해서다.” 나아가 저자는 제품과 소비자의 갈망을 연결시켜주는 마케팅을 “현대 인간 문화의 모든 것의 바탕”이라고 말한다.
그렇다고 현대 소비주의가 인간 본성에 근거한 자연스런 현상은 아니다. 오히려 저자는 소비자본주의 탓에 우리는 본성대로 사는 법을 잊어버렸다고 주장한다. 과시를 통해 진화해온 인간의 가장 매력적인 특질은 신체나 정신 건강, 지능, 성격 같은 것인데, 소비 나르시시즘에 빠진 사람들은 자신이 사들인 상품을 통해 실체도 모호한 부와 지위, 취향을 과시한다고 착각한다는 것. 그러나 저자는 소비주의를 문화적 억압으로만 파악하는 급진주의적 관점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참고문헌 목록만 105쪽에 달할 만큼 방대한 학술적 연구들을 바탕으로 한 책이지만, 마케팅 실용서로도 대중교양서로도 읽힌다. 인간 행동의 개인 차를 결정짓는 6가지 요인(지능, 개방성, 성실성, 외향성, 친화성, 정서안정성)에 대한 설명은 마케터들의 귀를 솔깃하게 한다. 지금까지 가장 비싸게 구입한 것 10가지, 구매한 것들 중 가장 큰 행복을 가져다준 것 10가지를 적고 얼마나 겹치는지 세어보라는 등 ‘소비주의 탈출 훈련 가이드’는 지름신 중독자들에게 퍽 유용해 보인다. 다만 개념이 분명치 않은 용어들이 적지 않은데, 번역의 어려움을 감안할 때 해당 원어를 병기했더라면 좋았겠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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