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광복절 65주년이다. 올해가 일제의 강압적 국권 침탈의 마지막 단계인 강제병합, 즉 '경술 국치' 100년이라는 점에서 광복절이 더욱 뜻 깊다. 경복궁 1차 복원이 마무리되고, 광화문도 원래 모습을 되찾아 공개된다.
그러나 나라를 되찾은 기쁨의 기억도 크지만, 그에 앞서 나라를 빼앗긴 '국치'의 아픈 기억 또한 가슴 깊이 새겨 마땅하다. 아울러 광복의 기쁨도 잠시, 이내 나라가 남북으로 갈리고 동족상잔의 처절한 전쟁까지 거쳐 오늘에 이른 현대사의 공과를 차분하게 되돌아보아야 한다. 전쟁의 폐허에서 일어나 식민지 지배를 경험한 후발국 가운데 처음으로 선진국 클럽에 가입한 성공의 역사를 제대로 평가하는 것은 물론, 해방정국을 특징 지운 분열과 갈등의 잔재를 완전히 청산하지 못한 실패의 역사 또한 분명히 직시해야 한다. 우리 손길이 직접 미칠 수 없었던 북녘 땅은 몰라도, 남쪽에서 있었던 폭압과 인권 유린의 과거, 현재형인 사회적 소외와 일부 계층의 경제적 곤궁을 외면하고서야 65년 전 온 겨레가 함께 외쳤던 감격의 만세가 부질없다.
광복이 민족적 환희였던 것은 되찾은 주권이 일부 주도층이 아닌 사회구성원 전체에 귀속되고, 그것이 민족 모두의 실질적 삶의 질을 끌어올리리란 기대와 희망 때문이다. 그런 기대가 물거품이 되었는데도 광복의 기쁨만 내세우는 것은 이데올로기적 허위 의식에 지나지 않는다. 북녘과 달리 그런 허위 의식이 설 자리가 없는 남녘이다. 따라서 급격한 사회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뒤처진 사회저층에도 인간적 삶의 온기가 퍼지도록 사회부조(扶助)의 따스한 바람을 불어넣어야 한다.
앞으로 새롭게 쌓아갈 자랑스러운 역사를 위한 다짐은 무엇보다 100년 전의 '국치'에 대한 진정한 반성에 터잡아야 한다. 무조건적 역사 정당화 유혹을 떨쳐내는 일이 그 출발점이다. 제국주의 시대와 함께 직접적 지배와 종속의 시대는 갔다. 그러나 역사 반성을 결여한 나라는 언제든 실패의 역사를 되풀이하고 국가적 자긍심을 바닥에 떨어뜨릴 수 있다. 태만과 과오를 경계하면서 광복절을 기쁨으로 맞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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