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올 상반기에 7.6%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여 세계 각국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그러면 한때 ‘아시아의 네 마리 용’으로 불렸던 나머지 세 나라, 싱가포르, 홍콩, 대만의 사정은 어떤가?
이 네 나라는 지리적으로는 동아시아에, 문화적으로는 유교와 한자문화권에 속해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또 거의 동시에 정부 주도의 급속한 경제 성장을 이루어 신흥산업국으로 발돋움하였다. 이런 거침없는 모습이 승천하는 용을 닮았다 하여 ‘아시아의 용’이라 불리었다.
용이란 어떤 존재인가? 아시아에서 용은 가장 신비로운 존재이며 절대자를 의미했다. 오죽했으면 황제나 왕의 얼굴은 용안이라 하고 그의 옷을 용포라고 했을까? 하지만 1997년 아시아에 불어 닥친 외환위기로 한국이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게 되고 그 여파로 나머지 용들도 성장세가 주춤해지자, 이제 아시아에서 용들은 사라졌다는 비아냥을 듣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발(發) 세계금융위기 이후 사라졌던 용들이 다시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이들 네 나라는 지금 V자형의 급속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싱가포르는 올 상반기 성장률이 17.9%에 달했으며 대만은 1분기에 13.3%, 홍콩은 8.2% 성장했다. 이러한 성장률은 미국과 유럽의 저조한 실적과 비교할 때 참으로 인상적이다. 작년 성장이 저조했던 데 따른 기저효과를 감안하더라도 네 마리 용의 ‘승천’속도가 빠르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금융위기가 막 시작될 때만 하더라도 이들 아시아 국가도 심대한 타격을 입으리라는 예상이 적지 않았다. IMF는 2009년 초의 세계경제전망에서 신흥산업국(NIEs: Newly Industrialized Asian Economies)으로 지칭되는 이들 네 나라의 금년 중 평균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3.1%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었다.
하지만 이들 국가는 권위 있는 국제기구의 이코노미스트들도 예상치 못한 성장을 이뤄냈다. 그러자 IMF는 최근 NIEs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6.7%로 상향 수정하는 한편 아시아가 전세계 경제회복에 가장 많이 기여했다고 찬사를 보내고 있다.
그렇다면 아시아 네 마리 용의 승천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1등 공신은 무엇보다도 세계 경제회복에 따른 수출 증가와 중국의 성장이라 할 수 있다. 이들 네 국가는 다른 지역에 비해 수출 의존도가 매우 높다. 특히 2001년 중국의 국제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중국과의 교역 비중도 점차 커져 대중국 수출 의존도가 10~27%에 이르는데, 이는 중국의 신속하고 강력한 경기부양 효과가 이들 국가에 급속히 파급되는 요인이 되었다.
그러나 이들 국가가 예전 명성을 되찾는 것이 결코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벌써 중국의 성장세가 둔화되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이들의 경제 성장도 같이 둔화될 가능성이 보이고 있다. 여기에 유럽 발 재정위기와 미국의 경기둔화도 무시할 수 없는 위험요인이다.
이러한 가운데 IMF는 수출지향적인 아시아 국가들에게 중장기적인 성장을 위해서 국내 민간수요를 2차적 성장 엔진(engine of growth)으로 키울 것을 주문하고 있다. 과연 한국, 홍콩, 대만, 싱가포르가 외부의 위험요인으로부터 벗어나 견실한 성장을 지속하여 아시아의 네 마리 용으로 다시 한 번 재도약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아현 한국은행 해외조사실 아주경제팀 조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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