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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도둑고양이라 부르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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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도둑고양이라 부르지 마라

입력
2010.08.13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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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현리엔 도둑고양이가 많다. 도둑고양이도 구역이 있다. 한동안 우리 집을 제 구역으로 삼고 살던 도둑고양이가 있었다. 어머니 안 보살은 도둑고양이를 식구로 대접했다. 끼니끼니 밥을 차려주다 보니 도둑고양이가 주인 행세를 했다.

어머니가 밥 차려 주는 것이 늦어지면 앙칼진 울음소리로 야단을 쳤다. 가끔 생선대가리 같은 특식이 나오지 않으면 반찬 투정을 했다. 한 번은 바람이 나 새끼를 배어와 어머니에게 출산 뒷바라지를 단단히 시켰다. 그러다 한동안 보이지 않다 앞발 하나가 절단된 채 나타나 어머니를 펑펑 울렸다.

덫에 걸린 모양이었다. 발 하나 잃고는 제 밥그릇을 제대로 챙기지 못해 어머니가 지키고 서서 다른 도둑고양이의 접근을 막았다. 그러다 약육강식에 밀려 마을에서 사라져버렸다. 오랜 인연이었다. 어머니를 위로한다고 '도둑고양이가 다 그렇지요' 하고 거들다 호된 야단을 맞았다.

도둑고양이가 어디 있느냐? 사람이 버린 음식 주워 먹고 사는 것이 도둑이냐? 도둑질하는 것을 봤느냐? 안 보살님 말씀인즉 세상에 도둑고양인 없다는 것이다. 사람에게 버려진 고양이가 있을 뿐. 비바람 세찬 밤에 발정 난 도둑고양이 울음소리를 듣는다. 고양이는 발정이 났을 때는 어린 아기처럼 '응애응애' 하고 울어 음산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비 내리고 바람 부는 이 밤에 사람도 도둑고양이도 외로운 모양이다.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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