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쌍용차 매각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인도 마힌드라 그룹이 선정되는 순간, 업계 일각에선 우려의 목소리부터 흘러나왔다. "또다시 제2의 상하이차처럼 되는 것 아닐까."
중국 상하이차는 쌍용차의 직전 대주주. 기술유출문제로 장기간의 지루한 법정공방을 벌였고, 경영실패로 77일간 옥쇄파업의 빌미를 제공했으며, 철수할 때에는 '먹튀'논란을 빚었던 바로 그 곳이다. 반(反)상하이차 정서가 워낙 강한 탓에, 쌍용차가 새 주인을 만나게 됐다는 기쁨 보다는 마힌드라 또한 단 물만 빼먹고 떠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앞서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우려를 해부해보면, 묘한 정서가 발견된다. 만약 인도가 아닌 일본이나 미국, 혹은 유럽의 선진자동차 메이커였더라도 이 같은 걱정이 나왔을까. 중국 상하이차나 인도 마힌드라에게 느끼는 감정이, 우리나라보다 자동차 기술면에서 뒤떨어지는 나라의 기업이란 점 때문에 오는 일종의 정서적 거부감 같은 것을 아닐까.
쌍용차도 애초 선진국 완성차 업체를 원했다. 이탈리아 피아트의 문을 두드렸고, 르노-닛산이 최종 입찰에 들어와주기를 바랬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쌍용차를 외면했고, 그래서 인도의 마힌드라까지 가게 된 것이다. 인수전에서 최고 가격을 써내 우선협상대상자가 됐다는 것은 냉정히 말해 쌍용차가 마힌드라를 고른 것이 아니라, 마힌드라가 쌍용차를 선택했다는 의미다.
기술은 손대지 말고 투자와 고용만 하라는 것은 억지다. 기업인수가 무슨 자선도 아니고, 세상에 어느 대주주가 그리 하겠는가. 마힌드라 역시 쌍용차 기술에 관심이 있으니까 5,000억원이 넘는 돈을 지불하는 것이다. 얄팍한 '기술 빼가기'는 막아야겠지만, 그렇다고 돈만 넣으라는 식의 접근은 곤란하다. 마힌드라가 상하이차처럼 되어서도 안되겠지만, 마힌드라를 상하이차처럼 대해도 안 된다고 본다.
송태희 산업부 기자 bigsmil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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