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브래들리 지음ㆍ송정애 옮김
프리뷰 발행ㆍ384쪽ㆍ1만6,800원
1905년 7월 8일 미국 서부 샌프란시스코항에서 한 척의 배가 출항했다. 배에는 육군장관 하워드 태프트를 비롯해 상원의원 7명, 하원의원 23명, 그리고 시어도어 루스벨트(1858~1919) 대통령의 딸 앨리스 루스벨트가 타고 있었다. 이들은 2개월여 하와이, 일본, 필리핀, 중국, 한국을 차례로 방문했다. 는 이 순방단의 행적을 좇으며 미국 제국주의 팽창의 역사, 그리고 제2차 세계대전의 발화점을 탐색한 책이다.
저자는 국내에도 개봉된 동명 영화의 원작인 논픽션 의 작가 제임스 브래들리. 이 작품 등에서 태평양전쟁에 천착해 온 그는 “도대체 어디서 그 끔찍한 전쟁이 시작됐는지”를 추적하다 태프트 순방단의 존재에 주목하게 된다. 그는 미국인 최초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하기도 한 루스벨트 대통령이 실은 백인 우월의식에 사로잡힌 잔인한 제국주의자이며, 그의 잘못된 정책으로 인해 결국 미국이 태평양전쟁이라는 재앙과 맞닥뜨리게 됐다고 주장한다.
눈길이 가는 부분은 역시 우리와 관련된 부분이다. 태프트 순방단은 1905년 7월 25일 요코하마에 도착했고 이틀 뒤 도쿄에서 일본의 한국(당시 대한제국) ‘보호’를 허용하는 밀약을 맺었다. 바로 가쓰라-태프트 협약이다. 이 같은 사실을 가맣게 모르고 있던 고종 황제는 그로부터 한 달여 뒤 서울을 찾은 스물한 살의 앨리스 루스벨트에게 구걸하듯 매달려 자주권 수호를 위한 미국의 도움을 요청한다. 책에는 “연민을 자아내는 분위기였다”는 앨리스의 회고가 실려 있다.
유상호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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