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우 발달된 한국 바둑교육시스템에 깜짝 놀랐다. 잘 보고 배워 멕시코의 바둑개척자가 되겠다.” 지난 11일 폐막한 웅진씽크빅2010 세계청소년바둑대축제 행사장에서 만난 싯다르타 아빌라 데르가또(26)의 다짐이다.
멕시코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는 싯다르타는 현재 기력이 8급이다. 이름이 특이해서 이유를 물어 보니 어머니가 불교에 심취해 그렇게 지었다는 설명이다. 2005년 영화에서 처음 바둑두는 장면을 보고 관심을 갖게 돼 인터넷으로 바둑교재를 사서 독학으로 바둑을 깨쳤다.
2008년 한 사립초등학교에 수학교사로 부임한 싯타르타는 아이들의 두뇌발달에 좋은 게임을 수업과 접목해보라는 교장선생님의 제안에 얼른 바둑을 떠올렸고, 이때부터 수학시간에 바둑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직접 바둑판을 그리고 바둑돌을 만들어 쓰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자체 바둑대회를 두 번이나 여는 등 열심히 노력해 가르친 결과, 드디어 올해부터 바둑이 독립과목으로 편성됐다. 비록 한 학교뿐이지만 바둑이 멕시코 최초로 초등학교 정규 교과목이 된 것이다.
그러나 마땅한 교재가 없었다. 그래서 인터넷을 뒤지다 한국의 바둑출판사가 발간한 아동용 바둑교재를 알게 됐고 이를 구입해 교육에 사용했다. 그러다 지난 7월에 좀더 나은 교재와 교수법을 알아보기 바둑 선진국인 한국을 찾았다. 아무런 연고도 없는 ‘무작정 방한’이었지만 부처님 도움인지 뜻밖에 좋은 인연을 만났다. 자신이 사용하는 바둑책을 출판한 바둑토피아 이재환(52ㆍ용인시바둑협회부회장)대표가 싯다르타의 사연을 듣고 선뜻 후원을 자청, 한국 체류기간 중 숙식 제공은 물론 바둑교육에 대한 노하우를 전수해 주기로 한 것이다. 이 대표는 “바둑 불모지인 멕시코에서 내가 만든 책(Level up 시리즈/영문판)으로 학생들을 가르친다는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고 또 무척 기뻤다. 무엇보다 싯다르타의 바둑에 대한 열정에 감동했다. 지난 20여년 간 바둑학원을 운영하면서 쌓아온 경험을 모두 알려주는 것은 물론 멕시코 바둑 보급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멕시코의 바둑인구는 200여명 남짓. 이 가운데 50여명이 싯다르타의 제자들이다. “한국에 오는 게 경제적이나 시간적으로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그런데 직접 와서 보니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다. 그 동안 너무나 많은 분들이 도움을 줬다. 이런 도움이 헛되지 않도록 멕시코에 돌아가 어린이 바둑교육에 더욱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싯다르타는 21일 귀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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