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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서민(庶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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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서민(庶民)

입력
2010.08.13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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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히 2010년 대한민국은 '서민 공화국'이다. 서민 프렌들리(friendly), 친(親)서민 정책과 발언이 쏟아지고 있다. 당신은 서민인가, 아닌가? 몇몇 모임에서 물었더니 모두가 서민이라고 했다. 서민인가, 중산층인가? 그러자 3분의 2 이상이 여전히 서민이라고 대답했다. 그들 대부분이 정부의 친서민 정책에도 불구하고 그 대상에 포함되지 못하는 '비(非)서민'이다. 다만 '서민의 발'인 버스와 지하철을 애용하고, '서민의 술'인 소주와 막걸리를 마신다. 서민과 중산층은 다른 개념의 용어지만, 언제부턴지 중산층이란 표현을 서민이란 말이 대체해 버렸다.

■ 도대체 서민은 누구인가. 사전적 의미는 3가지로, ①벼슬하지 않은 일반 백성 ②귀족이 아닌 보통 사람 ③중류 이하의 넉넉하지 못한 국민이라고 했다. 공자의 에 기록돼 조선시대부터 널리 쓰였으니 원래의 의미는 ①일 터이다. ②는 17세기 프랑스 몰리에르 희곡 이나 우리의 에서 언급된 그런 개념일 것이다. 산업화 이후엔 벼슬이나 신분과 관계없이 ③의 의미로 통용되고 있다. 일제강점기엔 조선인 모두가 서민으로 불리기도 했지만, 건국 이후엔 특권층 지도층 부유층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국민들이 스스로를 그렇게 불러왔다.

■ 지난 달 전북도가 서민의 의미를 나름대로 발표했다. '서민 일자리 창출 토론회'를 개최하려니 당연히 원초적 의문이 생겼기 때문이다. 자체 연구를 통해 '정부의 현금 지원을 받지 않으면서 4대보험과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못한 사람'을 '취업을 도와줘야 할 서민'으로 규정했다. 한정된 논의였지만 의미 있는 접근이었다. 한나라당이 서민정책특별위원회라는 것을 만들어 놓은 뒤 "못살고 힘든 사람이 서민이다. 국민의 80%가 스스로 서민이라고 느낀다"고 밝혔다. 그 정도라면 특위 차원의 문제가 아니고 당 전체가 매달려도 버거울 일이다.

■ 정부는 전기와 가스요금을 전격 인상하면서 "서민에게 피해가 없도록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국 101만 가구가 대상이라고 했다. 극빈층까지 포함됐으니 좁은 의미로 서민을 규정한 사례다. 반면 CNG버스 폭발사고가 났을 때 이명박 대통령은 "서민들의 안전과 생명이 걸린 일"이라고 했는데 대중 혹은 일반인의 의미로 전달됐다. 정부가 표방한 수많은 서민정책에서 시행하는 부처마다 대상이 다르고, 시책 건수만큼 범위가 각양각색이다. 모두가 서민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아무도 서민이 아닌 상황이다. '친서민'이란 말이 허황하게 들릴 수밖에.

정병진 수석논설위원 bjj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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