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개봉해 전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영화 는 현란한 그래픽으로 눈길을 끌었다. 영화 장면 중에서‘나비족’과 그들의 비행수단생명체‘이크란’의 의사소통방법이 기억에 난다. 나비족의 긴 머리 끝과 이크란의 촉수를 서로 연결하여 둘의 마음이 통하면 그제서야 제대로 된 비행을 할 수 있는 모습을 보며, 어쩌면 미래에는 지금과는 다른 방법의 의사소통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서점에 가보면‘소통’이라는 단어가 제목으로 들어간 책들이 매일 새롭게 쏟아져 나오고 있다. 새로 부임하는 리더들의 대부분도 먼저‘소통’을 강조하는 걸 보면, 지금 우리 시대의 화두는‘소통’인 것 같다. 이러한 현상은 어쩌면 오늘날 사람들 사이에 소통이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는 반증일 수도 있겠다.
대부분 소통을 잘한다고 하면 자신의 의견을 효과적으로 잘 전달하는 것을 우선 떠올린다. 그래서 설득력 있게 말하기, 논리적으로 표현하기에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지만, 이것은 소통의 절반만 알고 있는 것이다. 진정한 소통은 상대방을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고 좀 더 과장되게 말하면 그게 전부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원래 인간은 비합리적인 동물이라서 상대방의 의견이 맞는가, 틀리는가 보다는 상대방이 좋은가, 싫은가에 따라서 그 의견을 수용하기도 하고 거부하기도 한다. 이러한 근본적인 원인 때문에 화려하고 논리적인 말로서 상대방을 설득시키는 것은 한계가 있으며, 상대방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를 먼저 이해하고 배려해야만 제대로 된 소통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세계적 제약기업 화이자의 제프 킨들러 회장은 매일 1센트짜리 동전 10개를 왼쪽바지 주머니에 넣고 출근해서, 그날 만나는 사람의 말을 충분히 듣고 이해했다고 생각할 때마다 오른쪽 주머니로 한 개씩 옮겨 넣어 자신이 하루 동안 얼마나 남의 의견을 듣고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는지 점검한다고 한다. 최고경영자(CEO)나 리더의 월급에는 부하직원의 의견이나 보고를 묵묵히 들어주는 수고에 대한 대가가 포함되어 있다는 말이 생각난다.
어떻게 하면 ‘소통’을 잘할 수 있을지에 대한 해답은 어쩌면 쉬운 것 같다. 내 입을 먼저 열기 보다는 상대방의 생각을 이해하기 위해 가슴을 열고자 하면, 어느새 소통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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