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난 아이를 안고 있는 여성의 슬픈 눈동자를 아직도 잊을 수 없네요. 말은 통하지 않지만 ‘제발 이 지옥에서 구해달라’고 애걸하는 듯한….”
세계 최대의 국제구호개발 비정부기구(NGO) 월드비전의 모잠비크 회장직을 맡고 있는 기슬라 듀이(64ㆍ사진)씨는 13일 2004년 긴급구호요원으로 방문했던 아프리카 수단에서의 일을 떠올리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극심한 내전을 겪고 있던 당시 상황에서 피해는 고스란히 여성과 아이들의 몫이었다. “긴급구호요원으로 분쟁 지역이나 재해 현장을 찾아갈 때마다 영혼에 깊은 생채기가 하나씩 생기는 듯 했다”는 그지만 국제적십자사, 월드비전 국제구호팀 등 국제구호분야 전문가로 활동해 온지 벌써 30여 년. 올해 3월부터 모잠비크의 개발 및 구호 책임자를 맡은 그는 미국, 캐나다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후원을 하고 있는 한국의 보다 적극적인 참여를 기대했다. 그는 “대도시 일부에만 전기가 들어오고 있는 형편이어서 산모들이 전기 설비를 갖춘 병원에서 출산하려 2~3일 걸어가다 유산을 하는 경우도 많다”며 “한국의 앞선 기술력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한국 기업들의 후원에 기대를 나타냈다.
한국에 대한 남다른 호감도 보였다. 독일 출신인 그는 “역사적 경험이 비슷해 많은 동질감을 느낀다”며 “태권도에도 관심이 많아 한국에 오면 한비야씨가 태권도 사범을 소개주기로 했는데 아직 이뤄지지 못했다”고 웃었다.
전 세계를 무대로 일하다 보니 미국에 있는 가족들과는 1년에 한 번 추수감사절에 만나는 게 전부. 하지만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엄마가 자랑스럽다”고 응원하는 두 딸아이는 누구보다 든든한 우군이다.
한국의 젊은 여성들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독일의 작은 마을 눈밭에서 철부지처럼 뒹굴던 소녀가 세계를 누비며 일하게 될 줄 누가 알았겠나. 여성이 리더가 된다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것이 많다”며 끊임없이 부딪치고 도전할 것을 주문했다.
“인도적이든 종교적 차원이든 그리고 어느 나라든 순수한 아이들은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다.” ‘전 세계인이 형제이자 자매’임을 신조로 삼는 그가 한국에 던지는 메시지였다.
이성기기자 hang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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