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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플라자-느린 만큼 보이는 숲]

입력
2010.08.13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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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터속도 1/1250초로도 날개의 움직임을 잡지 못했다. 빠른 날개 짓으로 우아한 정지비행을 자랑하며 꼬리박각시가 끈끈이대나물에서 꿀을 훔치고 있다. 박각시는 나방의 한 종류다.

꽃의 입장에선 꿀을 먹으려고 주둥이를 들이미는 곤충의 몸에 꽃가루를 묻혀야 한다. 그래야 다른 꽃에 수분을 할 수 있다. 반면 곤충의 입장에선 꽃가루를 묻히지 않고 꿀만 얻을 수 있으면 최상이다. 꽃가루에는 점성이 있어 날개 짓에 방해가 된다. 하지만 대개의 경우 꽃과 곤충은 꿀을 제공하고 수분을 돕는 공생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끈끈이대나물이 오늘은 임자를 잘못 만났다. 꽃대를 길게 만들고 맨 아래 꿀을 저장하는 등 나름대로 대비책을 세웠지만 자기 몸보다 긴 주둥이를 들이미는 박각시에 꼼짝없이 당하고 말았다.

최흥수기자 choiss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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