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 이상으로 개혁적이다. 심지어 급진적인 도박이라는 평가까지 받고 있다.
상류층 귀공자 정도로 여겨지던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와 보수ㆍ자민 연립정부가 출범 100일을 맞아 눈부신 개혁행보로 찬사를 받고 있다. 영국 경제주간 이코노미스트는 12일 캐머런 정부가 누구도 예상치 못할 정도로 근본적(radical)인 개혁을 시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시작은 미약했다. 캐머런 총리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처럼 드라마틱하게 등장하지 않았고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앙겔라 메크켈 독일 총리와 견주어 인지도와 기백도 부족해 보였다. 5월 영국 총선과정에서는 집권 노동당으로부터 “실용주의적인 상류층 샌님일 뿐”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영국 국민 또한 노동당의 실정에 질려 보수당에 힘을 실어 주긴 했지만, 과반 의석을 주는 것을 꺼렸다. 그 결과 캐머런의 보수당은 닉 클레그 당수가 이끄는 자민당과 연정을 구성해 겨우 정권을 잡을 수 있었다.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몇 년 간 서구에서 선출된 고위직 정치인들 중 캐머런은 가장 개혁성이 떨어지는 인물로 보였다”고 회고했다.
그런 캐머런 정부가 집권 100일이 채 지나기도 전에 가장 성공적인 개혁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개혁 드라이브는 경제 분야에서 출발했다. 조지 오스본 재무장관은 6월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한다는 명목으로 세금 인상을 단행했다. 그러나 세금인상은 부가가치세를 올리는 데 그쳤고, 대부분 경제개혁은 정부지출을 줄이는 것에 집중됐다. 거의 모든 정부부처의 예산이 25%나 깎여 ‘오스본의 횡포’라고 불렸다. 특히 ‘경제 위기 때는 더 많은 정부 지출이 필요하다’는 케인즈학파의 집중 포화를 받았다. 그러나 캐머런 정부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국가의료정책(NHS) 예산은 ‘횡포’에서 배제, 국민 건강은 국가가 책임진다는 인식을 심었다.
또 국가 정보와 관련 노동당 집권 시절보다 더 공개 범위를 넓혔고 감옥에 가는 사람들은 줄었다. 특히 자민당의 요구를 받아들여 소선거구제에서 대선거구제로 바꾸는 국민투표를 내년에 실시키로 한 것은 영국 정치사상 가장 큰 개혁으로 꼽힌다.
아울러 교육, 보건, 경찰, 복지 등 사회 전반에서도 개혁을 단행했다. 학교 운영과 NHS를 각각 학부모와 의사 등 당사자에게 맡겼으며 지역 경찰서장은 지역 주민들이 선출토록 했다. 모두 ‘작은 정부’에 기반한 개혁으로 1979년 집권한 마거릿 대처 총리의 개혁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반론은 여전하다. 정부지출 감소는 경제 회복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주장은 일견 설득력이 있다. 작은 정부의 성공은 기업이나 주민의 참여에 달려있지만 참여 여부는 불투명하다. 이코노미스는 “이런 도박은 실패할 수도 있다”면서도 “그러나 미국과 같이 이미 정부가 비대해진 서구 나라들이 언젠가는 ‘작은 정부’라는 캐머런 정부의 이념을 따라올 것”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