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일(對日) 무역적자 규모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우리나라 산업구조는 경기가 살아나고 수출이 늘어날수록 일본으로부터 수입이 커질 수 밖에 없는 구조여서, 앞으로도 무역역조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13일 한국은행과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 우리나라는 일본과의 교역에서 128억3,000만달러를 수출하고 309억달러를 수입했다. 대일 무역적자는 180억7,000만달러. 이는 우리나라가 해방 후 일본과 교역을 시작한 이래 가장 큰 규모다.
2008년 상반기 171억3,000만달러까지 늘었던 대일 무역적자는 금융위기 직후인 지난해 상반기 124억4,000만달러까지 줄었다. 이후 분기별 적자 규모는 지난해 3분기 70억7,000만달러에서 4분기 81억4,000만달러, 올해 1분기 88억9,000만달러, 2분기 91억8,000만달러로 계속 불어났다.
대일 무역적자가 다시 급증한 것은 우리나라의 수출이 호조를 보임에 따라 일본으로부터 수출품 생산에 필요한 부품ㆍ소재 수입이 덩달아 늘었기 때문. 경기호전에 따라 기업이 투자를 늘릴 경우 일본으로부터 기계류 수입이 늘어나고, 수출이 확대되면 부품수입이 함께 늘어나는 탓에 경기가 호황으로 갈수록 대일역조는 커지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기계류 및 부품소재에 대한 대일의존도를 줄이고 자립적 생산기반을 구축하지 않는 한 대일 무역역조는 결코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전자제품이나 자동차 등 완제품은 일본은 따라잡았거나 추월했지만 그 속에 들어가는 핵심부품, 생산기계류 등은 여전히 일본제품에 비해 뒤지고 있다”며 “부품소재쪽 경쟁력을 일본수준으로 키워야만 대일역조도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1980년 이후 한ㆍ일 교역을 분석해보면 우리나라의 수출이 1% 증가할 때 대일 수입도 0.96%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말했다. 최근 이러한 경향은 더 심해져 지난해 2분기부터 1년 동안 우리나라의 수출액이 33.1% 증가하는 사이 일본으로부터의 수입액은 38.6% 늘었다.
한편 대일 서비스수지는 지난해 5년 만에 11억5,000만달러 흑자로 전환했다. 여행수지가 엔화 강세 등에 힘입어 17억2,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한 덕이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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