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호메트가 알라로부터 이슬람 경전 코란을 계시 받은 것을 기념하는 라마단은 매년 아홉 번째 초승달이 뜨면서 시작된다. 30일간 이어지는 이 행사는 이슬람권 최대 축제로 무슬림들은 하루 다섯 번 메카를 향해 기도하고 코란을 암송하며 신앙을 돈독히 한다. 금욕적인 생활은 물론 해가 떠 있는 동안에는 물을 포함해 아무것도 먹지 않는다.
그런데 이슬람국가의 천문학자들은 라마단 기간보다 라마단 전날 더 몸과 마음을 경건히 한다. 한국의 음력과 비슷한 이슬람력이 있지만, 율법인 샤리아법에 따라 육안으로 초승달을 확인한 다음에야 라마단을 선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11일 시작된 라마단 전날인 10일에도 이집트 나일강가에 망원경까지 설치해놓고 해가 기울지도 않은 하늘을 뚫어져라 노려보는 사람이 있었다. 초승달이 뜨는 것을 관찰하는 신성한 임무를 수행중인 이집트 천문지질 조사위원회 의장 살라 마흐무드가 그 주인공. 다른 지역에 흩어진 여러 천문학자들과 통화를 하던 그는 스모그가 자욱한 하늘을 보며 달이 보이지 않자 "큰 문제네…"라며 초조함을 감추지 못했다.
13일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은 라마단 시작의 신호로 간주되는 초승달을 관찰하는 이집트 천문학자들을 소개했다. 결국 이날 이집트 천문학자들은 초승달이 뜨는 것을 관찰하는데 실패했다. 하지만 다행히 다른 아마추어팀들이 중부 아스완의 아부심벨 등지에서 초승달을 봤다고 보고했다. 우여곡절 끝에 현지언론은 오후 8시 30분 라마단 선포를 보도했다.
모든 이슬람 국가에는 달의 모양을 관찰하고 라마단을 관장하는 초승달관측위원회가 설치되어 있어 나라마다 라마단 시작일이 하루 이틀 차이를 보인다. 올해는 오만과 이라크 시아파가 달이 관측되지 않는다며 하루 늦은 12일부터 라마단에 들어갔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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