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는 듯한 무더위가 한창이던 8일. 서울 금천구 경동나비엔 에너지기술연구소. 연구진들이 콘덴싱 보일러 수 십대와 씨름하느라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연구소 관계자는 “에너지 효율을 얼마나 유지하는 지, 일산화탄소(COx) 등 유해 물질이 얼마나 나오는 지 점검 중”이라며 “내구성 실험을 위해 한 번 설치하면 2년 가까이 1초도 쉬지 않고 돌리는데 가정에서 20년 이상 쓰는 것으로 보면 된다”고 이 말했다.
김용범 연구소장(상무)은 콘덴싱보일러를 가리키며 “친환경 시대의 효자 상품”이라고 치켜세웠다. 그는 “한국가스안전공사 실험 결과, 콘덴싱 보일러가 온돌방에서 일반 보일러 대비 최대 28.4%의 에너지 절감 효과가 있었다”며 “일반 보일러에서는 오염 물질이 여과 없이 배출돼 산성비로 내리지만 콘덴싱 보일러에서는 응축수에 녹아 빠져 나오기 때문에 공기 오염을 막는 이점도 있다”고 덧붙였다.
보일러는 주택 부문 에너지 사용량의 80%를 차지하고, 보일러가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전체 배출량의 23%를 차지할 만큼 중요성이 커지고 있기에 콘덴싱의 가치는 더 빛을 발하고 있다.
세계 각국도 현금 지원, 세금 혜택 등 지원책을 통해 콘덴싱 기기 보급에 열을 올리고 있다. 영국은 이미 콘덴싱 보일러 사용을 법제화했고 미국 정부는 2009년 콘덴싱 보일러, 온수기를 구입하면 최대 1,500달러까지 세금 지원을 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2008년 에너지효율화 핵심 12대 과제 중 하나로 콘덴싱 보일러 보급 확대를 결정하고 2017년까지 보급률을 100%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
우리 보일러 업계도 너나없이 콘덴싱 기술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반면 20년 전부터 콘덴싱 기술 개발에 힘 썼던 경동나비엔은 경쟁 회사들을 멀찌감치 따돌린 상태라 느긋하다.
김 소장은 “세계 최초로 구리, 알루미늄 대신 내식성이 뛰어난 스테인리스 스틸을 이용해 열 교환기를 만들었다”며“2006년에는 세계 최고 수준의 열 효율 98.8%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갑자기 뜨거운 물이 나오는 단점을 극복할 수 있게 실내 온도나 난방 공급수 온도를 감지해 온도 변화에 따라 불꽃 크기와 난방 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자동센서적용(ASA) 컨트롤 기술도 개발했다. 그 결과 세계 표준으로 통용되는 유럽규격(EN)과 미국기계학회(ASME)의 대량 생산 인증을 따냈다. 김 소장은 “모두 콘덴싱을 외면할 때부터 묵묵히 연구개발을 해온 결과 이제는 콘덴싱 본고장인 유럽에서 우리 기술을 배워갈 정도”라고 덧붙였다.
물론 과정은 험난했다. 손승길 상무는“자동차나 항공기 제작에 쓰이는 니켈 브레이징 공법을 스테인리스 재질에 적용하기 위해 90명의 연구진이 6개월 넘게 철철 끓는 고로 앞에서 밤을 지샜다”며“2만5,000대(24억원 상당)가 넘는 열 교환기를 내다버렸다”고 회고했다.
경동나비엔은 현재 중국, 미국 등 30여개 국가에 보일러와 온수기를 수출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러시아 최대 냉난방기기 수입 유통업체 ‘라바라토리야 오브 히팅’과 콘덴싱 보일러 30만대 수출 계약을 맺었다. 경동나비엔은 지난해 무역의 날에는 업계 최초로 ‘3,000만 달러 수출탑’을 받았다.특히 2008년 업계 처음으로 미국 수출에 성공한 콘덴싱 온수기는 지난해 5만 대가 팔릴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김철병 경동나비엔 대표는“일본 제품이 선점했던 온수기 시장에서 단숨에 톱 3에 올랐다”며 “올해 판매 목표는 10만 대”라고 자신했다.
▦콘덴싱의 원리= ‘응축하다, 기체를 액화한다’는 뜻의 콘덴싱(Condensing)은 수증기(기체)가 물(액체)로 변할 때 생기는 539kcal(kg 당)의 열을 이용하는 에너지 재활용 기술이다. 콘덴싱 보일러는 배기 가스로 버려지는 높은 온도의 열을 대부분 흡수하는 동시에 배기가스에 포함된 수증기를 물로 응축시키는 과정에서 생기는 숨어 있는 열까지도 흡수해 난방, 온수에 쓰는 원리이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