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왕이자 홈런광(狂)이다. 국내프로야구 사상 첫 7경기 연속 홈런을 이어가며 올시즌 36홈런으로 부동의 1위(2위 그룹과 10개차). ‘빅 보이’ 이대호(28ㆍ롯데)는 이대로라면 2003년 이승엽(56홈런ㆍ당시 삼성) 이후 7년 만의 40홈런을 넘어 50홈런도 꿈이 아니다.
이대호는 2006년 타격 3관왕(타율, 홈런, 타점)에 오르며 이미 ‘완성형 타자’라는 명예로운 수식어를 얻었다. 이대호가 올 시즌 쏴 올린 36개의 홈런을 살펴봐도 이 같은 수식어가 허명(虛名)이 아님을 알 수 있다.
타고난 힘과 힘을 다루는 기술
오른손타자 이대호는 상대 투수의 바깥쪽 높은 공을 가장 많이 펜스 너머로 넘겼다. 36홈런 가운데 바깥쪽 높은 코스를 공략해 만든 홈런이 9개다. 비율로 따지면 25%.
9개의 홈런 방향을 살펴보면 오른쪽으로 날아간 홈런이 4개(우월 3개, 우중월 1개), 가운데로 넘어간 홈런이 3개, 왼쪽으로 향한 홈런이 2개(좌중월)로 나타났다. 절묘하게 밀어서 넘기기도 하고, 힘으로 잡아당겨 넘기기도 했다는 얘기다.
바깥쪽 코스를 때려 연결한 13개의 홈런을 위, 아래 구분 없이 전부 뜯어봐도 오른쪽 5개(우월 3개, 우중월 2개), 가운데 5개, 왼쪽 3개(좌중월)로 방향이 고르다. 키 192㎝에 체중 100㎏이 훌쩍 넘는 거구에서 뿜어 나오는 힘을 자유자재로 이용했다는 기록이기도 하다. 이대호는 6월16일 부산 삼성전서 오승환의 바깥쪽 147㎞ 직구를 잡아당겨 좌중월 140m짜리 초대형 홈런을 작렬하기도 했다.
또 보통의 타자들이 까다롭게 느끼는 낮은 코스와 몸쪽 높은 코스의 공을 각각 6차례, 5차례 홈런으로 연결시킨 것도 이대호를 돋보이게 하는 기록이다.
노림수, 만들어 넘기기…위기때도 ‘펑펑’
이대호는 자신이 올린 106타점 가운데 64타점을 홈런으로 챙겼다. 전체 타점 중 60.4%를 홈런으로 챙겼다. 2점 홈런이 19개로 가장 많고 스리런도 3방, 만루포도 한 차례 있다.
이같은 ‘홈런 폭식’은 타고난 선구안을 바탕으로 노림수에 강한 데다 불리한 상황에서도 만들어서 넘길 줄 아는 임기응변까지 갖췄기에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2사 후 12개의 홈런을 쳐 상대의 바짓가랑이를 자주 붙잡았던 이대호는 투 스트라이크 이후 홈런이 10개나 된다. 볼카운트 2-0의 절대 불리한 상황과 풀카운트 승부 끝 홈런도 각각 2차례 있다.
김무관 롯데 타격코치는 13일 “(이)대호는 타석에서 집중력이 좋아 어려운 카운트에서도 홈런을 때리고 있다”면서 “어느 방향으로나 홈런을 칠 수 있는 기본기는 원래 갖춘 타자였고 다만 좋은 흐름을 계속 이어갈 줄 아는 방법을 터득한 것 같다”고 말했다.
양준호기자 pir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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