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영(52) 독일 카셀대 교수는 독일 사회학자 막스 베버(1864~1920)와 게오르그 짐멜(1858~1918) 소개에 진력하고 있는 사회학자다. 그와 베버의 인연은 길고도 끈질기다. 사회학과 역사학 가운데 무엇을 공부할까 저울질하던 10대 시절, “사자를 닮은 것 같기도 하고 장군을 닮은 것 같기도 한 카리스마 넘치는 베버의 사진에 홀려” 사회학과(연세대)로 진로를 정했다. 독일에 유학해 석사학위는 베버 사회학에 대한 지식사회학적 연구로, 박사학위는 1993년 베버 사회학에 대한 지성사적 연구로 받았다.
그의 카셀대 교수자격취득논문 주제는 베버와 짐멜의 비교연구였다. (2004), (2008) 등 저서를 낸 명실상부한 베버 전문가인 그가 베버의 대표작 (길 발행)을 번역했다. 박사학위를 받은 뒤부터 이 책의 번역 제의를 여러 차례 받았지만 김 교수는 번번이 고사했다고 한다. “지적 훈련이 부족하다고 느꼈다”는 것이 이유. 학부 때부터 사회학, 독문학, 철학, 심리학 등 여러 전공을 섭렵한 그는 베버를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는 신학 공부가 필수적이라고 생각, 2008년 신학 박사학위까지 취득했다. 이 책의 번역은 2007년말부터 시작했다.
2년 간의 번역, 1년 여의 편집과정을 거쳐 나온 책은 김 교수의 그 같은 지적 염결성을 보여주듯 양적(734쪽)으로나 질적으로나 국내에서 나온 여타 번역서를 압도한다.“기왕 번역한다면 최소한 국제적 수준에 미달하지 않도록 번역하자고 결심했다”는 김 교수의 말대로 해제(154쪽)가 본문 번역의 절반 분량에 달하고, 원서(베버가 1904, 1905년 논문으로 발표)의 보론 격으로 베버가 만년에 정리한 ‘프로테스탄티즘의 분파들과 자본주의 정신’도 국내 최초로 번역해 함께 실었다. 원서에 인용된 200여명의 인명을 충실하게 설명하기 위해 수백 편의 국내외 자료를 섭렵했고, 네덜란드 신학자 한 명의 정보를 얻기 위해 대사관까지 찾았을 정도다.
근대 자본주의 발전의 원동력을 서구 시민계급의 프로테스탄티즘으로 분석한 베버의이 책은 새삼 부연이 필요없는 사회학의 고전. 김 교수는 “책 제목이 상징하고 있지만 베버가 전하고 싶었던 핵심 메시지는 자본주의 내부에도 정신과 영혼이 있다는 것”이라며 “비록 자본주의 시스템을 받아들였지만 정신, 윤리, 의무는 도외시한 채 돈과 물질적 가치와 경제성장만을 추구하는 우리의 현실을 성찰하게 하는 거울 같은 책”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프로테스탄티즘을 받아들인 서구 시민계급은 성직자들 못지않게 금욕적이었다. “수도원이 세속화된 것 같다고 표현할 수 있을까요. 그들은 6시간 이상 잠을 자지 않았고 방 안의 온도도 높이지 않았습니다. 자녀 출산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섹스는 매춘으로 간주할 정도였죠. 돈을 버는 것이 목적이 아니었고 충동을 최대한 억제하고 합리적인 방식으로 사업을 해서 번성시키라는 신의 명령을 윤리로 받아들였습니다. 지금도 서구에서 기업가들이 존경받는 이유는 그런 역사적 맥락 때문입니다. 그에 비하면 정해진 법과 절차도 지키지 않고 그저 돈만 벌면 된다고 생각하는 우리나라 부자들이 지탄받는 것은 참 대조적입니다.”
이 책의 번역으로 언젠가 꼭 해야 할 숙제를 끝낸 느낌이라고 밝힌 김 교수는 앞으로의 자신의 학문적 과제를 ‘한국 근대화 과정의 종합적 해명’이라고 밝혔다. 양적인 경제성장으로 해석되는 우리의 근대화 과정을 비판적으로 분석해보겠다는 것. 이를 위해 우선 서양의 근대성이 어떻게 형성됐는가를 일반인이 이해할 수 있도록 루터, 칸트, 마르크스 등 서구 근대 사상가들을 소개하는 ‘지성사적 모더니티 담론’이라는 교양서 시리즈를 내년초부터 낼 예정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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