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이모(25ㆍ여ㆍ경기 고양시)씨는 최근 ‘확인되지 않은 메시지 3건’이라는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무심코 확인 버튼을 누르자 화면에 비키니 차림의 낯선 여성 사진이 떴고,‘2,990원이 결제됐습니다’라는 문자 메시지가 곧바로 나타났다. 이씨는 화가 났지만 금액이 적다는 생각에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휴대전화 소액결제 민원 해결센터 사이트에 글을 올리는 것으로 분을 삭였다.
휴대전화 멀티메시지(MMS:사진과 영상이 첨부된 문자메시지) 피싱을 통해 240여만명에게 피해를 입힌 국내 최대 규모의 ‘MMS 피싱 사기단’이 적발됐다.
부산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12일 휴대전화번호 생성 프로그램을 통해 불특정 다수에게 수백만건의 문자를 보내 정보이용료 71억5,000여만원을 챙긴 혐의로 인터넷 콘텐츠 서비스업체인 울산 남구 K사 대표 이모(37)씨 등 2명을 구속했다.
또 K사 직원 4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고 달아난 1명을 수배하는 한편 K사의 하위 사업체 69곳을 상대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들은 ‘수신함에 멀티메시지 도착(3)’ 등 지인이 보낸 것처럼 문자를 보내 이를 받은 사람이 통화 버튼을 누르는 순간 비키니 차림의 여성 사진 등을 자동으로 내려 받게 하는 시스템을 이용, 사진 1장당 2,990원의 정보이용료를 받아 챙겼다.
이들은 문자메시지 발신, 전화번호 생성, 사업자모집, 콜센터 운영 등으로 역할을 나눠 점조직 형태로 운영하면서 경찰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2∼3개월 단위로 사무실을 옮기는 치밀함도 보였다. 특히 콜센터에 항의전화가 오면 “우리도 피해자”라고 둘러댄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사진을 열람하기만 하면 정보이용료를 내야 하는 현행 제도를 고쳐 소액을 지급하는 콘텐츠라도 반드시 본인 인증과정을 거쳐 결제가 이뤄지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강성명기자 smka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