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금융시장이 혼돈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경기둔화 공식선언으로 글로벌 경제의 침체우려가 퍼지면서 각국 주가는 폭락하고 외환시장도 요동치고 있다. 특히 엔화가치는 달러당 85엔대가 붕괴되며 15년 만에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관련기사 3면
11일(현지시간) 런던 및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ㆍ달러환율은 장중 84.7엔대까지 추락, 1995년 이후 최저치(엔화가치는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어 열린 12일 도쿄 외환시장에서도 장중 85엔벽이 깨졌다.
일본경제가 디플레이션 상황에 빠져있음에도 불구, 엔화가치가 급등하는 것은 글로벌 자금이 ‘안전자산’으로 몰려들고 있기 때문. 세계경제침체 우려로 안전자산인 달러화 가치가 다소 상승했지만, ‘달러보다 안전한 통화’로 여겨진 엔화 쪽으로 더 많은 투자자금이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제 금융시장에서는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강해질 때마다 엔화가 달러화보다 강세를 보였으며 이번에도 비슷한 일이 벌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일본경제 침체우려는 더욱 커지게 됐다.
금이나 미국국채 등 전통적 안전자산 가격도 일제히 상승했다.
반면 우리나라 원화와 중국 위안화 가치는 급락했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장중 1,200원 위까지 치솟기도 했으며(종가는 1,186.20원), 위안화 가치도 큰 폭으로 절하됐다. 이 역시 안전자산 선호에 따른 신흥시장 통화의 약세현상으로 풀이된다.
‘위험자산’인 주식시장은 된서리를 맞았다. 전날 다우지수가 2.49%나 급락하는 등 미국, 유럽 증시가 하락한 데 따라 아시아 주요국 주가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대만 가권지수는 0.83%, 일본 닛케이종합지수는 0.86% 내렸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도 1.23% 급락했다.
특히 코스피지수는 외국인 매도 공세에 전날보다 36.44포인트(2.07%)나 내린 1,721.75에 마감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날 유럽 재정위기 이후 처음으로 5,000억원 넘게 순매도했다. 1,800선을 넘봤던 주가는 이로써 1,700선 사수조차 불투명해지게 됐다.
한편 글로벌 경기의 불확실성이 커짐에 따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기준금리를 연 2.25%에서 동결했다.
최진주기자 pra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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