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의 대 언론기능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북한의 해안포 사격에 대해 석연치 않은 말 바꾸기로 불신을 자초했기 때문이다. 천안함 사태에서 드러난 문제점이 고스란히 재연되면서 군 안팎에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의 해안포 발사가 있고 1시간여가 지난 9일 오후 6시40분께 국방부 기자실에서 첫 브리핑을 했다. 북한이 오후 5시30분부터 3분간 백령도 인근 북방한계선(NLL) 부근에 해안포 10여 발, 오후 5시52분부터 연평도 인근 NLL 북방에 포 100여 발을 발사했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면서 군은 “오후 5시53분부터 북한에 경고통신을 보냈고, 이후 백령도 포사격이 중단됐다”며 사태가 종결됐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하지만 기자들의 관심은 달랐다. 북한의 포탄이 NLL을 넘었는지가 관건이었다. 천안함 사태 이후 이명박 대통령은 물론, 김태영 장관 등 군 주요 지휘관들은 “북한이 한 치의 영토라도 침범할 경우 응분의 대가를 치르도록 할 것”이라고 경고했던 차였다. 따라서 천안함 사태와 마찬가지로 군의 초기 대응이 적절한지가 초미의 관심이었다.
이에 대해 군의 태도는 완강했다. 브리핑에 나선 합참 김경식(해군 소장) 작전참모부장은 “포탄이 NLL을 넘어오지 않았다”고 단언했다. 기자들이 재차 물었지만 답변은 똑같았다. 합참 관계자들은 “백령도 초병이 물기둥을 보고 포성을 들었지만 NLL을 넘어오지는 않았다”며 손사래를 쳤다. 마치 NLL이 금과옥조라도 되는 것처럼 단 1%의 가능성도 무시하는 투였다. 이날 군의 공식설명은 더 이상 없었다.
하지만 이튿날 군의 입장은 정반대로 바뀌었다. 합참은 10일 오전 브리핑에서 “백령도 인근 NLL 이남 1㎞ 해역에 3발, 2㎞ 해역에 7발이 넘어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백령도 초병의 보고 외에 레이더 화면 등 다른 증거는 제시하지 못했다. 같은 정보를 갖고 불과 하루 사이에 발표내용이 뒤바뀐 것이다. ‘군이 사태를 축소ㆍ왜곡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것이 당연했다.
늑장 공개도 문제였다. 합참은 11일 “사건 당일인 9일 오후 10시30분께 해병대사령부에서 탄착점 분석이 끝나 포탄이 NLL을 넘었다는 사실을 문서로 보고 받았다”고 뒤늦게 실토했다. 영토주권 침해라는 중대한 사실을 확인하고도 왜 꾸물거렸는지 납득이 가지 않는 대목이다.
군 발표가 천안함 사태에 이어 또다시 오락가락하자 청와대도 11일 군의 현행 보고 체계와 언론 브리핑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고, 시스템 개선을 위한 종합적인 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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