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조상이 최초로 도구를 사용한 시기가 지금까지 알려진 것보다 100만년 가량 앞당겨지게 됐다.
에티오피아 디키카 지역에서 발견된 동물 화석을 조사한 결과 인류의 조상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가 고기를 찢어 발라 먹는 데 사용한 도구를 발견했다고 12일 영국BBC방송 등이 보도했다. 이번 조사를 주도한 독일 막스 플랑크 연구소와 미국 캘리포니아 과학협회는 이 도구가 320만~340만년 전의 것으로 추정되는 소와 유사한 동물의 갈빗대와 염소만한 동물의 넓적다리 뼈로 만들어졌는데, 사냥으로 잡은 고기 살점을 찢어 바르거나 뼈를 부수어 영양가 있는 골수를 추출하는 데 사용됐다고 추정했다. 이 내용은 12일 학술지 네이처에도 공개됐다.
연구팀은 “이번 발견은 250만년 전에 등장한 호모 하밀리스가 처음으로 석기를 사용, 육류를 섭취했다는 기존 학설을 100만년가량 앞당기는 것”이라며 “도구사용은 인류가 다른 동물들과 달라지기 시작하는 분수령이 되는 사건인 만큼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연구팀은 화석을 덮고 있던 화산 퇴적물을 전자영상분석과 X레이 분광계분석 등을 통해 화석의 연령을 계산했다고 설명했다.
이 도구는 지금까지 가장 완벽한 형태로 발견된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로 유명한 ‘살렘’유골 발굴현장에서 불과 200m 떨어진 곳에 발견됐다. 연구팀은 이를 토대로 ‘살렘’이나 혹은 비슷한 시기에 살았던 또 다른 인류의 조상 ‘루시’가 사용한 것으로 추정했다.
막스 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 새넌 맥페런박사는 “이번 발견은 인류가 육식을 했으며 도구를 제조해 사용했다는 두 가지 특징을 보여준다”며 “처음으로 루시가 손에 석기를 들고 사냥감을 찾는 모습을 상상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학계에서는 그 동안 루시를 채식주의자로 간주해왔다.
한편 연구팀은 “인류의 조상들이 같은 먹이를 노리는 다른 동물들의 공격을 막아내기 위해 팀워크를 배웠을 것”이라는 추론도 내놓았다.
한창만기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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