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까지 매년 2만톤씩 늘어나는 의무수입물량(MMA)을 고정시키기 위한 쌀시장 조기 개방 작업이 무산될 위기에 빠졌다. 농민단체가 극구 반대 입장을 철회했으나, 조기 개방의 전제조건으로 높은 수준의 보완책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11일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장태평 장관의 주문에 따라 지난해부터 시장 조기 개방과 관련한 논의를 위해 농어업선진화위원회 쌀특별분과위원회가 10일 개최됐으나, 소득 보전을 위한 보완책 부분에서 이견을 좁히는데 실패했다. 이 특위의 홍준근 위원장은 "13일 토론회를 마지막으로 더 이상 이 문제를 논의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쌀 분과위가 결론을 내지 못하고 활동을 종료함에 따라 내년 목표로 진행되던 정부의 쌀 관세화 일정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내년 쌀 관세화를 위해서는 9월말까지 세계무역기구(WTO)에 통보해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9월 통보가 힘들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올해 32만7,000톤인 쌀 의무수입물량이 내년에는 34만8,000톤으로 늘어나게 됐다. 2004년 이뤄진 미국, 중국 등 주요 쌀 수출국과의 협상에서 우리나라가 2014년까지 쌀 시장 개방을 유예 받되, 중도에 시장을 개방하지 않을 경우 매년 의무 수입물량을 2만톤씩 늘리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쌀 분과위 참석자들에 따르면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한농연) 등 농민단체는 ▦농지 ㏊당 약 70만원씩 지급되는 고정직불금의 상향(130만원) ▦목표가격(17만83원)제를 2017년까지 5년 연장하고 ▦목표가격 대비 쌀값 보전률의 인상(85%→100%)을 요구하고 있다. 한농연 관계자는 "쌀 시장 개방으로 농민들이 불안해 하는 등 여러 사회적 비용을 감안한 것"이라며 "이 조건이 반영되지 않으면 관세화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농식품부는 '쌀 과잉 생산을 부추기는 조치'라며 수용을 거부하고 있다. 일부 농민단체도 "한정된 농정 예산을 쌀 산업에만 투입하라는 주장"이라며 "무리한 요구로 관세화가 늦춰진다면 결국 모든 농민이 피해를 입게 될"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한편 최근에는 국회에서도 문제 해결을 위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농림수산식품위원회에 소속된 한 의원실 관계자는 "연말 자체 회장 선거를 앞두고 있는 농민단체가 정부에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며 "관세화 문제를 포함, 쌀 문제 전반을 집중 점검하기 위해 18일 임시회의를 열어 국회 차원의 대응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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